[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입니다. 이들 업체는 한때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 부흥기를 이끌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각축전을 견뎌내지 못하며 후발주자로 밀려난 것이죠. 이들 업체의 실적 개선을 위해 대주주인 큐텐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의 작년 매출은 1205억원으로 전년(1291억원)보다 6.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527억원으로 전년(760억원) 대비 약 2배 커졌습니다. 특히 티몬은 작년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6386억원으로 전년(-4727억원)보다 낙폭이 더 확대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위메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위메프의 매출은 1701억원으로 전년(2347억원) 대비 27.5% 감소했습니다. 영업손실도 539억원으로 전년(335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늘었습니다. 또 위메프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4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낙폭도 전년(-881억원)보다 더 확대됐습니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콘텐츠 커머스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비용이 증가했고, 대주주가 변경되며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영향이 컸다"며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60%, 지난 1분기에는 70%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고, 올해 전체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위메프 관계자는 "지난해 2.9%의 정률 수수료 정책을 운영했고, 직매입 상품의 비중을 축소시킨 점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아울러 엔데믹에 따른 온라인 시장의 약세도 한몫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티몬과 위메프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대주주인 큐텐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엔데믹 이후 이커머스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죠. 게다가 올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심하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점차 닫는 풍토를 보이는 점도 이커머스 후발주자에게는 악재라는 평입니다.
결국 큐텐이 가진 노하우를 얼마나 빨리 시장에 이식시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큐텐은 지난해 티몬을, 이달 초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하며 이들 업체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글로벌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쿠팡,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큐텐이 동남아에 확보한 네트워크와 글로벌 풀필먼트 노하우를 티몬, 위메프에 안착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조언했습니다.
티몬(왼쪽), 위메프 CI. (자료=각 사)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