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 더딘 왕서방 입국에 '전전긍긍'

카지노 '영끌'…홍보 위해 국내 거주 중국인 동원?
회복 더딘 중국인 입국…제주 방문 외국인 중 3.5%에 불과
공매도 부담 속 "계속기업 관련 중요 불확실성 존재"

입력 : 2023-04-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실적회복 기대감을 키우던 롯데관광개발(032350)이 주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의 역점 사업이던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가 개장을 완료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권 제주 입도객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영업비용 지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에 따른 계속기업존속 우려와 높은 공매도 비중 역시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주가 30% 급락…한중 관계에 카지노 사업 '삐걱'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26일까지 롯데관광개발은 24.22% 하락했습니다. 올해 고점을 찍었던 2월13일(1만5550원)과 비교해선 29.58% 급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1.11%, 22.2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롯데관광개발의 하락 폭은 더욱 도드라집니다. 다른 중국 관련 리오프링 관련주로 꼽히는 파라다이스(034230)(-13.75%), 하나투어(039130)(-9.09%), 모두투어(080160)(-3.40%), 호텔신라(008770)(-4.21%), 대한항공(003490)(-1.31%) 등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유독 큰 모습입니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한중 관계의 냉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을 두고 충돌했고 양측의 관계도 얼어붙었습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 재개를 더욱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자국민의 단체 여행상품과 항공권, 호텔 패키지를 판매할 수 있는 국가 명단을 2차례 발표했지만, 한국은 모두 배제됐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신성장 동력으로 제주도에서 호텔, 카지노 등의 사업을 위해 지난 2016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착공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카지노 부문으로 2021년 드림타워 2층에 오픈했죠. 해당 카지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주요 타깃은 중국인 관광객이었습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지난달말부터 주 35회 제주~상하이 노선을 시작으로 중국 직항 노선이 본격 재개되면서 지난달 이미 1만3000여명의 카지노 입장객 기록과 함께 드롭액 부문에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오는 29일부터 5월7일까지 중국 노동절 연휴와 일본 골든위크 기간 동안 하루 1300실 안팎으로 객실예약이 진행되고 있어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으로 카지노 매출도 덩달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국내 중국인 동원 의혹?유커 돌아와야 회복
 
증권업계에선 롯데관광개발의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카지노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꼽고 있지만,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디기만 합니다. 지난 2019년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은 총 107만9133으로, 전체 외국인 입도객(172만6132명)의 62.5%를 차지했는데요. 올해 1~2월 중국 입도객은 1017명에 불과합니다. 전체 외국인 입도객(2만8778명)과 비교해도 3.53%에 불과합니다.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제주 드림타워 외국인 카지노의 방문객 수가 월평균 9000여명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를 방문한 외국인 대다수가 국내 거주 중국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 본토 중국인의 카지노 유입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파라다이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파라다이스 카지노 부문 국적별 드랍액 중 중국VIP의 비중은 26.35%에 달했는데요. 2020년 15.20%로 줄었으며, 2021년에는 4.11%까지 급감했습니다. 작년 중국VIP의 비중은 5.21%에 불과하죠. 올해 1분기는 6.52%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카지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롯데관광개발이 국내 거주 중국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카지노 모객 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드림타워 카지노에는 국내 거주 중인 중국 재외동포를 비롯해 지난달 말부터 중국 직항노선이 본격 재개되면서 중국 본토에서도 많은 고객의 방문이 늘고 있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해당 인센티브는 카지노의 콤프(Comp)라는 것으로 ‘Complimentary’의 약자로 카지노에서 접대·판촉을 위해 우량 고객에게 호텔 객실과 식음료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라며 "카지노 고유의 영업활동을 통해 모객 활동을 하고 있는 합법적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재무건전성 우려에 공매도 부담까지
 
롯데관광개발의 주가 하락 폭이 다른 리오프닝 관련주들과 비교해 유독 컸던 것은 재무건전성과 공매도에 대한 우려감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롯데관광은 제주 드림타워 완공을 위해 수차례 자금조달을 이어왔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현물출자와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및 담보대출 등을 통해 총 1초400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는 롯데관광개발의 전일 종가기준 시가총액(8077억원)의 173.33%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코로나19로 적자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늘어난 부채와 이자비용은 롯데관광개발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해 토지자산 재평가를 통해 토지 장부가액을 높이지 않았다면 완전자본잠식까지 우려됐던 상황이죠. 작년 롯데관광개발의 자본총계는 2825억원, 토지 자산 재평가로 높아진 토지 장부액의 평가차익은 4299억원에 달합니다. 토지자산 재평가가 없었다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롯데관광개발의 외부감사를 진행한 우리회계법인은 제주 드림타워 리스회계처리와 관련해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에 직면해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고 있다"며 "영업환경의 악화로 인한 재무적 어려움은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채무는 1조155억원으로 보유 유동자산(9197억)원을 초과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6000만달러(802억원) 규모의 해외 CB 역시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한 시점이며, 제주 드림타워 건설관련 담보대출 7000억원이 올해 11월 만기 도래합니다.
 
롯데관광개발의 공매도 역시 주가상승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기준 롯대관광개발의 공매도 잔고는 792억원. 비중 9.82%로 상장 주식 중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해외전환사채 발행 시 이뤄진 대차거래(460만주)를 제외할 경우 실제 비중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를 제외하더라도 공매도 비중은 3.59%로 코스피 종목 중 공매도 비중이 10번째로 높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중 이슈와 관련해 유커의 유입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본업 부진에 대한 우려와 함께 CB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 공매도 이미지 등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롯데관광개발)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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