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근원물가, 햄버거·김밥 등 외식 '폭등'

14개월 만에 3%대 찍은 4월 소비자물가
변동폭 큰 농산물·석유류 제외하면 여전히 높아
햄버거 17.1%·피자 12.2%↑…김밥·해장국 9%대
"공공요금 인상·원자재 가격 등 불확실성 높아"

입력 : 2023-05-02 오전 10:45:5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소비자 물가가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일 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인건비, 재료비 상승으로 외식 물가가 폭등하면서 5월 가정의 달 외식 문화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또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와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등 불확실성 요인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10.80으로 지난해 4월(106.85)과 비교해 3.7% 상승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 3.7% 이후 14개월 만입니다.
 
이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를 기록한 이후 7월 6.3%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대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은 2월 4.8%, 3월 4.2%로 둔화세를 보이다 4월 3%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상승 폭 둔화 요인은 석유류 가격 하락입니다.
 
4월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6.4% 하락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18.7% 하락한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가 17.0%, 경유가 19.2%, 자동차용 LPG가 15.2% 각각 내렸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했습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2% 올랐습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이나 석유류를 제외하는 등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도 4.6% 상승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4.0% 올랐습니다.
 
계절과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습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7.6% 오르는 등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햄버거 매장. (사진=뉴시스)
  
지출 목적별로 보면 음식·숙박(0.7%), 교통(0.9%), 기타 상품·서비스(1.0%), 가정용품·가사 서비스(0.8%), 오락·문화(0.3%), 교육(0.2%)은 전월보다 올랐습니다. 보건(-0.3%), 식료품·비주류음료(-0.6%)는 내렸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주택·수도·전기·연료(6.1%), 음식·숙박(7.6%), 식료품·비주류음료(5.0%), 기타 상품·서비스(8.6%), 의류·신발(6.1%), 가정용품·가사 서비스(5.2%), 오락·문화(3.8%), 교육(2.2%), 보건(1.4%), 통신(0.9%), 주류·담배(0.5%)가 상승했습니다. 교통(-6.0%)은 하락했습니다.
 
특히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1% 상승했습니다.
 
이 중 외식 서비스는 7.6%, 외식을 제외한 서비스는 5.0% 올랐습니다. 외식 제외 서비스 상승률은 2003년 11월 5.0%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입니다.
 
주요 외식 품목의 상승률을 보면 햄버거 17.1%, 피자 12.2%, 돈가스 9.9%, 삼계탕 9.6%, 김밥 9.7%, 해장국 9.5%, 짜장면 9.2%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외식 외 품목은 보험서비스료가 17.6%, 공동주택관리비가 5.3% 올랐습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 서비스는 재료비, 인건비, 전기요금 등 여러 원가 부담 비율에 따라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외식 외 서비스도 재료비, 인건비 등 원가 요인들이 서서히 반영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4월의 경우에는 여행 관련 품목들이 오른 것도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3.7% 올라 계속해서 20%대 상승률을 이어갔습니다. 전기·가스·수도는 2월과 3월에도 28.4%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김보경 심의관은 "농축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 상승 폭이 둔화한 것에 따라 일부 서비스 물가 상승 폭이 상승했는데도 총지수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워낙 많이 오른 상승 폭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향후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경계감을 잃지 않고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고 주요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와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 기조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10.80으로 지난해 4월(106.85)과 비교해 3.7% 상승했습니다. 자료는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와 주요 외식 품목 물가 상승률.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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