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었다

야당 협치 약속한 윤 대통령…영수회담 요구 '묵묵부답'
검사 등용·윤핵관 득세 논란…'거부권 정국'까지 자초

입력 : 2023-05-07 오전 6:00:00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공정과 상식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난 1년 '국정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며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협치 걷어찬 윤 대통령변곡점마다 '리스크' 자초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3월10일 기자회견부터 '협치'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두 달 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도 "법률안·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약속했고, 연설 직전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과의 사전환담에서는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야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빈 민주당 의원석 사이로 걸어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대통령실과 국회가 조화를 이루는 화합의 장이 예상됐지만, 그 손을 뗀 것은 정작 본인이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6개월 동안 국회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3명(차관급 1명 포함)에 이르렀습니다. 야당이 "타협 불가"라고 판정한 인사들에 대한 임명 강행은 여야의 불협화음을 불러왔습니다.
 
'검찰독재'도 정국을 불안케 하는 요소였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또 압수수색하려고 하자 "협치는 끝났다"며 "이 모든 것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진두지휘한다고 확신한다"고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의원 전원은 윤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한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최후의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이후 정국은 더 빠르게 냉각됐습니다. 
 
검핵관·윤핵관 등장에 인사 참사영수회담 요구 '묵살' 
 
윤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요 요직에 전직 검사 등 검찰 출신을 대거 앉혔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이 주인공들입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 출신 인사가 계속 기용되자 야권에서는 "박사 위에 검사"라고 꼬집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인사 고집은 참사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 의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지만, 아들 학폭 문제로 사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아들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시 "윤석열정부 인사검증 기능이 작동 불능 상태"라며 "대통령실 해명이 더 기막히다.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는데 인터넷 검색 한 번만 하면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영접 나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특정 사안을 주문하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달려들어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기현상도 빚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룰 관련해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발언하자 윤핵관이 주도해 18년 만에 룰을 개정하며 유력 비윤(비윤석열)계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시켰습니다. 이후 윤핵관들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김기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시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을 공격하고, 김 대표의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을 압박했습니다.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한 일성과 달리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이 주도해 처리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이후에도 "여야 숙의 없이 의석수로 밀어붙인 법안은 100%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추가 거부권 정국을 예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 독주가 계속되면서 여야 대치도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 협치가 필수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 길만 가려고 하니 여야의 대립이 심화됐다"며 "검사 출신을 등용했는데 사실 조사하고 이런 부분이 필요한 자리가 전체 대비 얼마나 되겠느냐. 정부는 등용이 아니라고 강변하나, 국민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크게 행한 게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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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