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인터파크가 K-트래블과 여가의 중심이 되겠다며 20일 새로운 기업 상징(CI)과 비전, 미션을 공개하고 사업계획도 발표합니다. 그런데 최근 '해외여행 1위' 마케팅으로 촉발된 하나투어와의 신경전 때문에, 이날 발표할 큰 그림에도 1등 여행사 선언이 담길 지 관심을 모읍니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전지현 배우를 앞세워, 1~5월 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Billing & Settlement Plan·BSP) 본사 기준 발권액이 4565억원으로 국내 여행업계 1위에 올랐다고 홍보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사 항공권 발권 자격이 있는 회원 업체 발권액을 표준화해 BSP 기준으로 집계합니다. BSP는 실제 사용한 비행기표를 기준으로 매주 발표되기 때문에, 항공사들이 이를 참고해 여행사와 패키지 여행 상품을 준비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반면 송출객을 나란히 비교하지 않는 이유는 외부 기관이 아닌 업계 자체 발표인 데다, 과거 업계 내 뻥튀기 발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터파크가 20일 새 CI와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인터파크 웹사이트)
하나투어(039130)는 본사와 지사 BSP를 합치면 하나투어가 훨씬 앞선다는 입장입니다. 하나투어는 1~5월 본사와 지사 합산 BSP가 누적 4856억원으로 인터파크 본사보다 많고, 송출객도 매월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투어가 온라인에 공개한 올해 1~5월 전체 송출객은 93만1657명이고, 이 가운데 패키지 해외여행 수요는 46만2025명이었습니다.
하나투어 측은 "해외 1등 기준이 매출이든 해외 여행 송출객이든 항공권이든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것을 갖다대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업계와 소비자 등 외부에서 인정해야 1등"이라고 인터파크를 견제했습니다.
인터파크는 송출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BSP가 유일하게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어 사실대로 발표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내부에서 본 해외 여행 송출객 통계를 하나투어 자료와 비교해봐도 인터파크가 더 많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특히 업계 최상위권이 아니었던 인터파크가 1위 마케팅으로 인상 바꾸기에 나선 '도전자'라는 평가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2021년부터 하나투어에게 송출객으로 진 적이 없다"며 "수십년 동안 전세계에 통용되는 기준(BSP)을 가지고 말 한 것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발권 주체의 코드도 달라, 본사와 지사 BSP를 합치는 건 이상하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1위를 강조하는 마케팅도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알릴 뿐이므로 이런 말을 할 기한을 둘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양사의 싸움을 지켜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의미 없는 다툼에 소비자만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같은 패키지를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엔데믹 첫 해이고 여행업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업계 내 진흙탕 싸움이 일어나면 '여행 혐오'가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패키지 여행의 경쟁자는 상대 회사가 아니라 개인 자유 여행"이라며 "맞춤형 콘텐츠로 자유 여행의 이점을 최대한 흡수해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터파크는 "'큰 그림'을 통해 거시적인 여행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인터파크는 1위 강조를 넘어, 엔데믹 시대 패키지 여행의 기준이 될 청사진을 발표하는 걸까요. 뚜껑은 10시 여의도에서 열립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