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유동성 위기론…실체는?

유통·문화 사업 침체에 재무 부담 확대
유증 리스크 불거지며 CJ·CGV 주가 동반 하락
CGV 수혈에 개인투자자 호주머니 턴다는 지적

입력 : 2023-06-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CJ가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과 관련해 기업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 우려에 주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탓입니다.
 
아울러 CJ그룹의 주요 사업인 유통·문화 사업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CJ그룹 전체의 주가 불확실성 및 재무 부담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업계는 그룹 규모가 커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그룹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CJ 계열 주가 하락…주력 사업 흐름 침체가 문제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정자산 총액 기준 상위 15개 대기업집단의 연초 대비 최근(지난 23일 기준) 시총 추이를 분석한 결과, CJ그룹의 시총 감소율은 25.7%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연초 16조4800억원이었던 CJ그룹 시총 규모는 최근 12조2400억원까지 줄면서, 상반기에 만 약 4조24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유증 문제를 떠나 CJ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인데요.
 
CJ그룹이 영위하는 사업 자체가 최근 침체 흐름을 보이는 것이 큰 문제라는 분석입니다. CJ그룹 자체의 주력 사업이 유통 및 문화 사업인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 극심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소비 위축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CJ그룹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죠.
 
한 IR 관계자는 "CJ가 주가 하락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도 CGV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미뤄볼 때, 현재 현금 동원 능력은 넉넉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화 산업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OTT 업계가 빠르게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습이고, 유통 산업도 아직 엔데믹임에도 상당히 정체돼있다. 그룹 규모가 워낙 커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모멘텀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상증자 리스크가 불거지고 전반적인 CJ 그룹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 CJ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모습입니다. 먼저 지주사인 CJ의 경우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8만원대였지만 유증 발표 이후 가파르게 주가가 빠지며 27일 종가가 전일 대비 1400원 하락한 6만99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유증 발표가 있던 20일 이후 CJ CGV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모습인데요. 27일 종가도 전일 대비 180원 하락한 961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특히 CGV는 지난 26일 장중 9340원까지 내렸는데요 이는 상장 이래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아울러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15년 만의 일입니다.
 
또 CJ제일제당은 지난 26일 장중 최저 26만90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올해 1월 2일 종가가 37만6500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만원 이상 하락한 것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어지는 국제 원자잿값 상승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업체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입니다.
 
CJ ENM도 27일 6만33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일주일 전인 20일만 해도 종가가 7만27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만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죠.
 
특히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경우 27일 장 초반부터 급락하며 5만1500원의 52주 신저가를 나타냈습니다. 사내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김영구 대표 공동 사임이 주가 급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밖에 CJ대한통운도 27일 장중 7만43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일 대비로 CJ대한통운의 주가는 3000원 이상 빠진 상태입니다.
 
한편 CJ에 대한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에 대한 주가 불확실성은 있지만 단기 주가 낙폭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CJ올리브영 호실적에 따른 배당 상향 여지가 충분히 있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 현실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조원 규모 유증에 600억만 참여…지분 가치 희석에 주주 공분
 
최근 CJ그룹의 주가가 폭락한 직접적 이유는 유상증자 때문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4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투 트랙을 통해 총 1조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청약은 오는 9월초에 실시됩니다.
 
CJ CGV 주주들이 반발하는 대목은 최대주주인 CJ가 지분율 48.5%만큼의 신주 인수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CJ는 배정된 2764억원 규모의 신주 물량 중 600억원가량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CJ CGV의 유상증자에 지분율(48.5%)만큼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CJ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에서 주주들 입장에서는 악재라 볼 수 있죠.
 
게다가 자금 조달의 주요 목적이 채무 상환 자금으로 활용된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CJ CGV는 유상증자 5700억원 가운데 3분의 2 규모에 달하는 3800억원을 채무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신사업에 투자하는 시설자금은 1000억원 규모에 불과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기업 빚을 갚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 흐름만 봤을 때는 CJ CGV가 경영 악화에 대한 문제를 지주사로 돌리기보다는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하며 활로를 찾는 모양새인 것이죠.
 
CJ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재무 상황이 상당히 악화된 CJ CGV의 재무 구조를 조직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뤄졌다"며 "때문에 지주사에서 유상증자 600억원에 참여하고 현물출자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또 CGV의 수익 구조 정상화는 결국 전체 기업 가치의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CGV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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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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