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 '테슬라', 전기차 충전표준 주도권 잡아라

포드·GM·리비안 이어 볼보도 테슬라 충전규격 채택
'CCS 사용' 현대차 "테슬라방식 충전속도 느려"
테슬라 충전 생태계 종속 우려도…"실과 바늘 동시 가져가"

입력 : 2023-06-29 오후 4:10:24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사 전기차에 테슬라의 충전규격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테슬라 충전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전기차 충전방식의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부터, 리비안은 내년부터 NACS 규격을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 유럽 브랜드 중 처음으로 볼보도 이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습니다. 스텔란티스도 테슬라 충전 방식을 적용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테슬라 충전기 '슈퍼차저'.(사진=뉴시스)
 
테슬라는 현재 미국 표준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 규격이 아닌 자신들만의 전용 충전 규격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NACS는 완속과 급속을 모두 지원하고 단일 연결 단자로 가벼운 것이 장점입니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자사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개방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향후 5년간 75억달러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보조금을 편성했는데 기존 CCS를 채택한 충전시설에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테슬라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존 NACS에 더해 CCS를 추가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NACS를 개방함으로써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크게 기여하는 충전 인프라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도 정부 보조금 혜택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마치 테슬라 충전 인프라 확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로 비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내  급속충전기의 약 60%는 슈퍼차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포드, GM 3사의 점유율만 70%가 넘는 가운데 3사가 NACS를 채택하면서 테슬라 전용 충전방식이 대세가 된 것이죠. 
 
현재 테슬라, 미국 업체를 제외하면 현대차(005380) 등 상당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미국의 기존 표준 충전방식인 CC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는데요. 현대차그룹의 경우 NACS 사용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사진=현대차)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0일 '2023 현대차 인베스터 데이에서 "고객이 얻을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800V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데 500V인 테슬라 슈퍼차저에 충전시 충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전문가들은 모델3와 모델Y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낸 테슬라가 충전시스템까지 접수할 경우 테슬라 체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김흥수 현대차 글로벌전략 담당 부사장은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 많은 메이커가 준비하는 부가 서비스 등이 테슬라 체계에 종속되는 게 중장기적으로 각 사 전기차 전략을 전개하는 데 유효할까 하는 것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슈퍼차저를 채택한다는 건 테슬라를 사실상 시장 지배자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요. NACS가 현재 북미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테슬라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테슬라는 전기차 생태계 자체의 기준을 자기 것으로 세우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충전 규격 외에 자동차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자율주행 기초인 주행보조장치(FSD), 배터리 등 전기차와 관련된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충전소,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 방식(기가 캐스팅), 배터리 셀까지 모든 분야를 통합적으로 팔려는 게 테슬라의 목표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충전기 국제 표준화에 나서면서 전기차, 충전기라는 실과 바늘의 두 관계를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며 "국제 표준으로 충전기를 더욱 확대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영업이익률이 25%에 이르는데 충전기까지 확대되면 이익률이 극대화되면서 자신들의 입김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미 3년째 CCS1을 국가 표준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NACS로 새롭게 표준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입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CCS와 NACS가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CCS로 밀고 나가야한다"며 "미국이 CCS와 NACS 두 가지 규격으로 간다고 해도 테슬라 충전기에 꼽을 수 있도록 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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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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