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가 꺼려져요"…폭염·폭우 시작에 채소·과일값 '들썩'

농산물 가격 상승률 1.1%→1.9%→2.3% 오름세
양파·시설채소·닭고기 도매가격 높은 수준 형성
정부 "기상 악화 변수…수급 안정 대책 추진"

입력 : 2023-07-05 오후 5:49:0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폭염·폭우로 인한 채소·과일값의 불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채소류의 경우 기상 영향으로 수급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6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04%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품목성질별 농산물은 전년보다 2.3% 상승했습니다. 반면 축산물은 4.9% 내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농산물의 상승률이 눈에 띕니다. 올해 2월 농산물 상승률은 1.1%에서 3월 4.7%로 올랐다가 4월 1.1%로 다시 내려온 후 5월 1.9%, 6월 2.3%로 상승 추세입니다.
 
농산물 중 6월 가격이 오른 주요 품목을 보면 사과 11.1%, 참외 19.3%, 고춧가루 8.1%, 양파는 20.5% 급등했습니다. 축산물 중에서는 닭고기가 13.7% 올랐습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6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04% 하락했습니다. 자료는 주요 농축산물 품목 6월 가격 상승률. (그래픽=뉴스토마토)
 
"작황 나쁜 농산물 가격 오를 수밖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지난해보다 클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품목을 미리 파악하는 등 수급이 원활하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 씨는 "하우스 재배 과일이나 수입 과일은 가격 변동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제철 과일은 오른 편"이라며 "채소 가격도 여름이 가장 비싼 것 같다. 비가 오고 난 후에는 더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안모 씨는 "여름이 되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던 과일도 올해는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사 먹기가 조금 꺼려진다"며 "전반적으로 과일값은 지난해에 이미 많이 올랐고 올해도 오르고 있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름 폭염이나 장마도 있어 작황이 나쁜 농산물의 가격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올해 여름 날씨가 어떨지도 주목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농산물 유통이나 생산에 대해 점검하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폭염이나 장마 등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농산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 빨리 수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미리미리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6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04% 하락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 내 닭고기 판매대. (사진=뉴시스)
 
6월 중하순 이후 도매가격 상승 추세
 
지난달까지 대부분 농축산물의 도매가격은 평년과 비교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품목들의 널뛰기 현상은 장바구니 물가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현재 양파와 시설채소, 닭고기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여름철 기상 악화가 농축산물 가격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품목별 수급 대책'을 가동할 계획입니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를 보면, 중만생종 양파의 6월 하순 도매가격은 1㎏당 1222원으로 평년보다 높았습니다. 이는 생산량이 100만5000톤 수준으로 평년보다 16.3% 줄었습니다. 저장 위주로 현지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수입 양파 6만3000톤을 도매 시장에 매일 100톤 내외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호박, 오이 등 시설채소 가격은 6월 상순 이후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내림세였지만, 6월 하순 장마가 시작한 것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장마와 고온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7월 작물이 관건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농협, 농촌진흥청과 함께 안정적인 생산에 주력하는 등 여름철 작물 관리에 대한 기술 지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노지 봄배추와 노지 봄무는 생산량이 늘면서 6월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내려간 바 있습니다. 다만 고온다습으로 생육 장애가 발생하면 생산량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오를 경우 비축해 놓은 노지 봄배추와 노지 봄무를 방출할 예정입니다.
 
노지 봄감자는 6월부터 본격 출하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정부는 기상 악화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비해 노지 봄감자·고랭지감자 생육 점검과 생산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10월까지 최대 9000톤을 수매할 방침입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6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04% 하락했습니다. 사진은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내 양파 판매대. (사진=뉴시스)
 
닭고기는 종계 생산성 저하로 인한 병아리 공급 부족으로 육계의 6월 중순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12.6% 높은 1㎏당 3914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닭고기를 제외한 한우, 돼지,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우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약세를 우려한 수급 대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7월 행락철과 9월 추석의 가격 상승 우려를 고려해 할당관세를 가동 중입니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농축산물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여름철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 악화가 변수"라면서 "품목별 수급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여름철 기상 악화에 대비해 비축·계약 재배 확대, 생육 점검 강화, 수입 조치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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