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제한다는데…진료비 오픈 '관건'

다빈도 100개 항목 부가세 부과 제외
"진료비 자체 올리면 큰 효과 없을 것"
"부르는 것이 값…진료비 기준이 없다"
정부, 합리적 병원 선택…이달 중 진료비 현황 공개

입력 : 2023-07-06 오후 5:17:2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반려동물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부가세 면세 확대를 꺼내들었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명확하지 않은 진료비 체계 속에 부가세 면제만으로는 인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진료비 인상으로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옵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이달 중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하는 등 세부적인 전략과 과제를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책 중 하나로 반려동물 다빈도 진료 항목에 대한 부가세 면제가 올해 하반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는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농식품부는 실제 동물 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다빈도 100개 진료 항목을 우선 선정하는 등 부가세 면제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이달 중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해 세부적인 전략과 과제를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동물병원. (사진=뉴시스)
 
현재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진료받을 때 예방접종, 심장사상충약, 중성화수술 등 질병 예방 목적으로 이뤄지는 진료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부가세 10%가 부과됩니다.
 
추가로 부가세를 면제하는 항목은 내과·피부과, 안과, 외과, 응급중환자의학과, 예방·영상진단의학과 등 분야별 100대 다빈도 질병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부가세를 면제받으면 소비자는 진료 용역 가격만을 지불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부가세를 포함한 진료비가 5만5000원이라면 앞으로는 부가세 5000원을 뺀 5만원을 내면 됩니다. 
 
이에 대해 조현정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 팀장은 "치료비 부담과 관련해 일반 반려인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이 질병에 걸렸는데,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상담이 늘 있다"며 "그 부담이 결정적인 이유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유기를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애견인·애묘인 임모 씨도 "고물가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의 세금 부담을 경감해 준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반려동물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이달 중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해 세부적인 전략과 과제를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반려견 놀이터. (사진=뉴시스)
 
하지만 진료비가 현 수준에서 인상되면 반려인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사실상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애견인 정모 씨는 "부가세가 빠진다고 해서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정해진 수가가 없어서 진료비 자체를 올려버리면 그만이니까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에 반려견을 수술한 병원도 얼마 전에 수술비를 올렸다"며 "병원에서는 거의 수술비로 돈을 버니까 담합해 가격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애묘인 박모 씨는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큰돈이 나가서 아프면 중형차가 날아간다는 말도 있다"며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진료비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부가세 10% 감면이 적지는 않은데, 진료비를 올려 받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반려인이 합리적으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달 중 진료비 현황을 공개할 방침입니다. 내년까지 추진할 예정이었던 진료표준화 계획은 올해까지 조기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