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의 발암가능물질 지정 가능성을 두고 식품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양새입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현지시간)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 강한 인공감미료입니다. 아스파탐의 열량은 설탕과 동일한 1g당 4㎉지만, 가공식품에 사용 시 설탕의 200분의 1만 사용해도 동일한 단맛을 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식품 업계는 최근 '제로 칼로리', '제로 슈거', '무설탕' 등으로 표시된 제품에 아스파탐을 널리 활용해 왔습니다.
IARC는 암 유발 여부 및 정도 등에 따라 물질을 5개군으로 구분하는데요. 이중 아스파탐이 분류될 것으로 유력한 2B군은 암을 유발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알려진 것들입니다.
2B군에는 김치, 피클 같은 절임채소류, 알로에 추출물, 휴대폰 전자파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인체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가 충분치는 않습니다.
물론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해, 곧바로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유통 업계의 제로 마케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막걸리 업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상당수 업체는 막걸리의 단맛을 유지하고 막걸리의 유통기한을 늦추기 위해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서울장수에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 지평주조의 경우 지평생쌀막걸리, 지평생밀막걸리 등 2종, 국순당에는 생막걸리, 대박 막걸리 등 2종에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습니다.
음료의 경우 빙그레가 쥬시쿨, 요구르트(65㎖)에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도 펩시콜라 제로슈거 3종(라임·망고·블랙)에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하는 실정인데요.
롯데칠성 관계자는 "현재 아스파탐은 펩시 제로에만 사용되고 있다"며 "당사는 글로벌 펩시의 원액을 받아서 국내에서 생산·병입·판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펩시와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아스파탐을 함유하지 않는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분위기입니다. 편의점 CU는 감미료를 넣지 않은 막걸리 '백걸리'를 단독으로 출시했는데요, CU는 이 막걸리에 쌀, 물, 발효제만 사용했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아울러 배상면주가는 전통주 큐레이션 커머스 '홈술닷컴'을 통해 이달 한 달간 '무 아스파탐 막걸리' 행사를 실시하는데요. 배상면주가의 막걸리에는 아스파탐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아스파탐이 소비되는 양이 매우 적긴 하지만,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할 필요는 있다"며 "오는 14일 아스파탐의 평가 결과가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수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