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연애편지', 나이트 크로우의 '감성 추격전'

애플 1위, 구글 2위로 리니지M 위협
이선호 PD 이름 걸고 일정 안내·약속
"MMORPG는 게이머와 함께 만드는 게임"
1등 리니지M, 서신 없지만 유튜브 활용

입력 : 2023-07-14 오후 5:21:4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위메이드(112040)의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나이트 크로우'가 연일 엔씨소프트 '리니지M'의 왕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리니지라이크는 결국 리니지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위메이드는 적극적인 소통과 업데이트로 흡인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27일 출시된 나이트크로우는 한 달 가까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차지하다 3위로 밀려났다가, 최근 다시 2위에 올랐습니다. 애플에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매출도 높습니다. 나이트 크로우 하루 평균 매출은 5월 20억원이었습니다. 6월 매출이 그보다 낮아졌지만, 이달 들어 다시 높아졌다고 합니다. 위메이드는 이 게임에 연내 블록체인을 적용해 세계 출시 할 예정입니다.
 
나이트 크로우가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배경은 다양합니다. 출시 당시 위메이드가 내세웠던 고품질 그래픽, 투명한 스트리머 후원 체계(SSS) 외에 게이머 관심을 끄는 주요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앞으로 펼쳐질 거대 전장 '월드던전' 업데이트와 정식 서비스 100일 업데이트 등 규모감 있는 이슈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 같다"고 흥행 요인을 설명했습니다.
 
나이트 크로우 이선호 PD가 지난 4일 써낸 ‘까마귀 서신’. 업데이트 예고와 준비 상황, 약속 등이 담겼다. (사진=나이트 크로우 웹사이트)
 
월드던전은 최대 5개 서버 이용자들이 정해진 시간, 같은 전장에서 협동이나 경쟁을 통해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업데이트로 이달 20일 시작됩니다. 그동안 기존 콘텐츠 '격전지'를 통해 같은 서버그룹 내 다른 서버와 조우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서 새로운 경쟁상대와 조우할 수 있게 된 게 특징입니다. 앞서 경쟁 서버 결정을 위한 조 추점은 이날 저녁 유튜브로 생방송합니다.
 
이런 업데이트는 공지사항이나 패치 노트에 적으면 될 텐데, 위메이드는 이걸 굳이 편지로 알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나이트 크로우 PD 이선호입니다"로 시작하는 '까마귀 서신(개발팀의 서신)'은 지금까지 네 차례 나왔습니다.
 
개발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쓰는 서신은 게임에 적용될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 업데이트 주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향후 업데이트 방향도 알려주는 식으로 구성됩니다. 마치 연인과의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다짐을 쓰는 연애편지 같습니다. 제작진이 게이머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이 같은 소통법이 위메이드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넥슨 '바람의 나라: 연'을 비롯해 여러 MMORPG가 개발자 편지 형식으로 예고와 약속을 합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게이머가 게임 운영 방식을 두고 대립하던 시절, '게임사가 게임을 단순 공급하는 게 아니라 게이머의 의견을 반영해 업데이트 하면서 함께 만들었다'는 지적이 게이머 사이에서 나왔다"며 "예전에는 업데이트 예고 공지에 머물렀지만, 언제부턴가 감성적인 소통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1등 리니지M에는 서신이 없습니다. 대신 '인사이드M'이라는 유튜브 생방송에 공들였습니다. 이런 방송은 분기에 한 번 꼴로 대규모 업데이트 전에 진행됩니다. 출시 후 6년 동안 게이머 간 활발한 정보 교류, 엔씨와의 소통이 이어져온 만큼 서신이 없다고 해서 소통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리니지라이크 후발주자의 추격이 1등의 자리를 위협한다기보다는, 성향이 다른 게이머가 새 게임에 들어가 시장을 넓히는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W'가 출시될 당시 리니지M 사용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자신에게 맞는 게임성을 갖춘 작품을 찾아가면서 리니지M이 1위, 리니지W가 4위, 리니지2M이 5위로 안정화됐다"며 "나이트크로우도 정점을 찍은 뒤 하향 안정화 과정을 밟을텐데, 사용자들이 미려한 그래픽과 자신의 맘에 드는 게임성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나이트 크로우 흥행은 1~2위 순위 싸움이 아닌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이용자 의견 반영을 흥행 요인이라 자평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습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게임 업데이트의 방향성과 내용을 설명드리며, 이용자분들과 함께 나이트 크로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 "더 다양한 장소에서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지금까지 세차장과 세차용품, 음료, 편의점 도시락, PC방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협업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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