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양평고속도로 의혹…'사업 백지화' 해법 찾아야

예타 '양서면 종점' 노선→'강상면 종점' 대안 노선 '급선회'
김건희 여사 일가, 강상면 병산리 등 29개 필지 소유
계획관리지역, 보존관리지역 등 개발 가능 토지 다수
장기화 우려 '사업 지연 불가피'…새 노선 재추진 주장도

입력 : 2023-07-18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전국적 집중호우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 회의가 연기되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장기화를 맞을 전망입니다. 각각의 쟁점을 놓고 정치권이 평행선을 달리는 등 출구를 찾지 못할 경우 해당 사업 지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집중호우 등 피해 상황을 감안해 국토위 전체 회의를 연기하면서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 시설물 피해 현황 등 극한호우 피해를 점검했습니다. 여야는 당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불러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와 관련해 현안질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수해 조치가 정리된 이후인 19일, 20일경 열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소한의 수해 조치가 정리된 이후인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진행하는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밝혀 이번주 내 전체회의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의혹과 노선 변경 과정의 타당성,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개입 여부 등입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08년 2월 한신공영이 경기도에 민자사업 제안서를 접수하면서 첫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경제성 등 장애물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하다 13년 만인 지난 2021년 4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하면서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이어 이듬해 3월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면 본궤도 올랐습니다.
 
문제는 1년 뒤인 지난 5월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대안 노선안이 앞서 예타를 통과한 '양서면 종점' 노선(원안)이 아닌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안으로 변경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후 6월29일 국회 국토위 소속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점 변경안이 위치한 강상면에는 하필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가족 선산이 위치하고 있다"며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 여사 일가가 양평군에 보유한 부동산은 총 29개 필지(3만9394㎡·1만1937평)로 이들 토지는 강상면 병산리, 양평읍 양근리, 양평읍 공흥리, 양평읍 백안리 등 4개 지역에 흩어져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29개 토지의 용도지역을 확인 한 결과, 보존관리지역이 11개로 가장 많았고 계획관리지역 9개, 자연녹지지역 5개, 제2종일반주거지역 4개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보존관리지역 중 가장 큰 규모인 강상면 병산리 ****-*번지(9728㎡·2947평) 토지의 경우 강상면 종점 부근에서는 불과 500m 거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집중호우 등 피해 상황을 감안해 국토위 전체 회의를 연기하면서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 시설물 피해 현황 등 극한호우 피해를 점검했습니다. 사진은 '강하IC 포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전진선 양평군수 모습. (사진=뉴시스)
 
해당 토지는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 등 5명이 공동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목은 임야지만 지형이 완경사로 얕고 평탄해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입니다. 현재 해당 토지 인근에 매물로 나온 보전관리지역 토지의 경우 평당 매매가는 153만원으로, 전원주택·단독주택 용지로 추천 광고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존관리지역은 얼핏 들으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기준만 통과하면 4층 이하의 단독 주택 등으로 쉽게 건축 허가를 받을 수가 있다"며 "한적한 곳에서 지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적합한 토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전원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어 소액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토지의 용도지역이 보존관리지역"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이유 탓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타당성평가 과정에 토지소유자를 파악하는 절차도 없다"며 "종점안을 변경하기 전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강상면 부근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예비타당성 노선(양서면 종점안)의 50% 이상이 변경된 이유와 노선 변경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등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역 수원사업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된 양평군민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재개 범대위원회를 꾸리고 국민 청원 및 10만 서명 운동을 진행하는 등 연일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진실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 교수는 "논쟁이 되고 있는 상황 관련해 사실에 관한 명확한 규명이 덜 되고 있다"며 "원희룡 장관 얘기처럼 맞장 토론을 해서 확인하든 여당이 반대하는 국정조사를 하든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해 잔혹하게 확인해서 사실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방식의 대처가 정부부처 장관으로서 적절했나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사태 장기화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도 여전합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기본적으로 이번 논란과 관련한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양평 고속도로 이슈가) 내년 총선까지 갈 수 있다"며 "야당은 대통령 일가의 권력형 비리로, 여당은 그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정쟁의 수단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처가 일가 땅이 있는 곳에 갑작스럽게 노선을 변경했는데, 이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의 문제"라며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노선으로 예타를 하고 재추진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1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집중호우 등 피해 상황을 감안해 국토위 전체 회의를 연기하면서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 시설물 피해 현황 등 극한호우 피해를 점검했습니다. 사진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지도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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