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앤비디자인, 수상한 CB·M&A

자기자본 투입 없이 회사 인수…사실상 무자본 M&A
CB 주인 금융계열 저축은행, 무자본 M&A 도와준 꼴
경영 정상화보다 메자닌 재활용 의심

입력 : 2023-07-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앤비디자인(227100)이 금융사 저축은행을 통해 발행한 전환사채(CB)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고 회사를 사들이는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해당 CB가 활용된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유상증자를 비롯해 CB 발행 및 인수·재매각이 수차례 이어지고 있는데요. 새로운 최대주주의 에이치앤비디자인 인수 목적이 경영 정상화보단 재활용 CB 등 메자닌에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발행 3달만에 기한이익상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 등은 지난 10일 보유하고 있던 에이치앤비지다인 8~9회차 CB를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CB 기한이익상실에 따른 에이치앤비디자인의 만기 전 상환이 이유입니다. 
 
CB의 기한이익상실 사유는 최근 에이치앤비디자인이 진행한 M&A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8~9회차 CB는 각각 지난 3월과 4월에 발행됐는데요. CB의 첫 이자 지급기일이 오기도 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CB는 발행 이후 사채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만한 중대한 영업중단이나 거래소의 경고, 금융기관의 제재 등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당 CB에는 자기자본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자금을 타법인 출자에 사용할 경우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특약이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에이치앤비디자인의 M&A 방식이 사실상 무자본 M&A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앞서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지난 6월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사 메타버셜그룹과 에스에스매니지먼트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두 법인의 인수 비용 130억원 중 실제로 에이치앤비디자인에서 나간 자금은 전무합니다. 인수비용 전액은 기존에 발행됐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대용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대용지급을 위한 130억원 규모의 CB와 BW 인수에도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앞서 일부 저축은행 등을 통해 총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요. 발행된 CB 자금은 5~6회차 CB와 3회차 BW를 만기 전 상환하는 데 사용됐죠. 상환을 통해 에이치앤비디자인이 확보한 CB와 BW는 두 법인의 인수대금으로 재활용됐습니다. 두 법인은 인수한 이후 일부 저축은행 등을 통해 발행한 CB 100억원은 기한이익상실로 만기 전 상환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저축은행 등은 에이치앤비디자인의 무자본 M&A를 도운 꼴이 됐습니다. CB발행 금액 100억원은 에이치앤비디자인을 잠시 거쳤다 일부 저축은행 등으로 돌아온 셈이기 때문입니다.
 
자금흐름을 보면 ‘일부 저축은행→에이치앤비디자인→일부 저축은행’의 모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에이치앤비디자인은 두 개의 법인을 인수했고, 일부 저축은행 등은 3개월여 만에 3억5000만원 가량의 이자를 챙겼습니다. 
 
에이치엔비디자인의 CB 매각 및 M&A는 단 2일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지난달 8일 CB와 BW의 만기 전 상환이 이뤄졌고 당일 재매각까지 완료됐죠. 다음날인 9일에는 타법인양수를 결정했습니다. 타법인 양수 결정과 동시에 8~9회차 CB의 기한이익도 상실됐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CB 상환과 재매각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은 상환 전부터 재매각이 결정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CB투자자를 비롯한 M&A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부 저축은행 등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 기한이익상실에 대한 합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영 정상화보단 메자닌이 목적…무자본 M&A와 유사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기업 M&A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새 주인이 된 곳은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으로 유앤디씨(한국이름 유철우)가 대표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유씨는 멘델스의 최다출자자인 로얄파인즈파트너스의 주인이기도 하죠.
 
유씨는 최근까지 밸런서즈 등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셀루메드(049180), 세종메디칼(258830) 등 다양한 상장사의 메자닌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에 시장에선 유씨가 에이치앤비디자인 인수한 목적이 CB 등 메자닌 재활용에 있었던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에이치엔비디자인이 최근 타법인 인수에 사용한 5~6회 CB와 3회차 BW의 경우 모두 50%의 콜옵션이 붙어있었는데요. 행사된 콜옵션은 M&A 인수대금 돌려막기에 사용됐습니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의 실질적 주인인 유씨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 밸런서즈를 통해 과거 상장사 골드퍼시픽(038530)을 인수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도 경영 정상화보다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고 M&A 비용 상당부분을 일부 저축은행 등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유씨는 골드퍼시픽 인수 2년여만에 매각하며 투자금 2배 가량을 회수했죠. 
 
유씨의 에이치앤비디자인 인수 과정을 보면 골드퍼시픽 인수 당시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과거 유씨는 밸런서즈가 지분 100%를 보유한 바이오프리벤션을 통해 골드퍼시픽을 인수했는데요. 바이오프리벤션이 유상 신주를 제3자 배정으로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전 최대 주주인 코아리소시스는 장내 매도 등으로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떠났죠. 에이치앤비디자인은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이 3자배정 유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고 기존 최대주주인 살루타리스1호투자조합은 경영권 양도를 통해 지분을 쪼개 매각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열악하고 재활용 CB가 많은 기업들은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곤 한다”며 “최근 M&A를 보면 자기자본 없이 기업을 인수하는 무자본 M&A와 유사한 형태인데, 회사 경영보다는 메자닌 등 다른 곳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에이치앤비디자인의 CB발행 및 M&A 과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 부재로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에치앤비디자인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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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