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피해 복구를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해뿐 아니라 성장률 전망치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는 등 더딘 경기 회복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의 필요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잠정 집계된 시설 피해는 1만923건입니다. 이는 전날 오후 11시 기준 9715건보다 1208건 늘어난 수치입니다.
시설 피해 중 공공시설은 7638건, 사유시설은 3285건입니다. 전날보다 공공시설은 741건, 사유시설은 539건 각각 늘었습니다.
사유 시설 중에서는 주택 1636채가 침수되고 140채가 파손됐습니다. 침수된 상가와 공장은 559동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피해를 본 시설 1만923건 중 7513건만 복구돼 복구율이 68.8%에 그쳤습니다. 공공시설은 5328건(69.8%), 사유시설은 2185건(66.5%)를 기록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농업 분야 피해 현황을 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농작물 피해는 3만5392.6헥타르(㏊)에 달합니다. 이 중 침수 피해는 3만5036.8㏊, 낙과 피해는 355.8㏊입니다.
가축은 87만2000마리가 폐사했고 농경지는 612.7㏊가 유실 또는 매몰됐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시설은 59.9㏊가 파손됐습니다.
오는 25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우 피해는 더 늘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올해 5호 태풍 '독수리'의 경로에 따라 이번 장마가 종료되는 시기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잠정 집계된 시설 피해는 1만923건입니다. 이는 전날 오후 11시 기준 9715건보다 1208건 늘어난 수치입니다. 사진은 수위가 올라간 탄천. (사진=뉴시스)
정부는 예비비만으로도 수해 복구가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뚜렷한 용도를 두지 않고 편성한 예산을 말합니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총 4조6000억원 수준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수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경 가능성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에 있는 예산 등 가용 재원을 활용해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수해 복구 재원 뿐만 아닙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의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잇달아 우리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출 부진도 장기화를 맞은데다, 내수 부진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처한 경제 위기 상황과 재난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세가 상당히 약화돼 있다"며 "이번 주 IMF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텐데, 그 전망치가 계속해서 하향 추세라면 추경의 필요성은 더 가중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예비비로 가능하다면 그 부분은 재난 관련 재정 지출로 충당할 수 있다"며 "다만 경제가 하반기에 계속 성장세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경기 진작의 차원에서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올해 긴축적으로 예산을 편성했고 경기가 전망대로 호전되지 않으니까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지출했다"며 "그런 기조를 볼 때 세계 경제의 상황, 우리가 처하고 있는 여러 복합 위기의 문제, 또 재난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잠정 집계된 시설 피해는 1만923건입니다. 이는 전날 오후 11시 기준 9715건보다 1208건 늘어난 수치입니다. 사진은 수해로 침수된 배수펌프.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