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미뤄졌지만…물가 불안 요소 '여전'

밀·대두·옥수수 등 곡물 가격 상승세
폭우 영향 3만6252㏊ 규모 농작물 피해
지자체별 도시가스·교통요금도 인상

입력 : 2023-07-3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조용훈·이민우 기자]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원유 가격 인상 폭이 88원으로 결정됐지만, 인상 시기를 10월로 연기하면서 우유와 관련 식품의 가격 상승도 미뤄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흑해 곡물협정 중단에 따른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집중호우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3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통계청은 다음 달 2일 '20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한 것에 이어 2%대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부는 물가 둔화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국제 원자재 변동성, 기후 여건 등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밀가루 가격 상승 가능성 배제 못해"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 안정세였던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 17일 흑해 곡물협정이 중단되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주요 곡물 중에서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밀의 국제 선물 가격은 협정 중단 이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세계 곡물 가격 동향을 보면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1톤당 4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5월에는 평균 228달러까지 내렸습니다. 이후 6월 평균 243달러에서 이달 25일에는 279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협정 중단이 국내 수급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다만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 수준으로 급등해 장기화할 경우 내년 밀가루 가격 상승 등 물가 영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두 가격은 21일 기준 1톤당 552달러로 550달러를 넘었습니다. 이후 26일에는 568달러, 27일 56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옥수수 가격도 18일 208달러로 200달러를 넘었고 24일 22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3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통계청은 다음 달 2일 '20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자료는 주요 곡물 가격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 13일부터 시작해 2주 가까이 이어진 장마 기간 집중적인 호우로 농작물, 가축, 시설 등에 대해 피해가 발생한 것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큽니다.
 
농식품부 집계 결과 28일 오전 6시 기준 농작물은 3만6252헥타르(㏊) 규모의 피해를 봤습니다. 이 중 침수는 3만5815.5㏊, 낙과는 436.5㏊ 규모로 파악됐습니다. 
 
가축은 닭과 오리를 중심으로 96만9000마리가 폐사했습니다. 농경지는 613.6㏊가 유실 또는 매몰됐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은 61.2㏊가 파손됐습니다.
 
비록 장마는 종료됐지만, 가축이 질병에 걸리거나 무더위로 농작물의 생산량이 떨어지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한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진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 과장은 "집중호우 후에는 사료, 음수, 축사 환경의 오염으로 가축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양질의 사료 급여와 축사 소독으로 질병 감염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중치 적어도 체감 물가 상승 개연성"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가격의 가중치가 적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더라도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개별 품목 자체로는 항목이 가중치가 적을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국제적인 곡물 가격 상승에도 물가 통계가 아주 높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나라는 쌀을 주로 먹는데, 쌀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것에 있다"며 쌀만큼은 아니지만, 영향을 줄 수 있는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식료품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형태의 물가가 상승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통계청은 다음 달 2일 '20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마로 인한 수해가 아무래도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래서 정부에서도 1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곡물 가격이 오르면 식품 회사에서 만드는 상품 가격도 함께 인상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국제 곡물 시장의 추이를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온 후에는 과일 등 농산물의 작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올해는 추석이 9월 말로 예년보다 빨라 장바구니 물가도 함께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인상되는 도시가스요금, 택시요금 등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입니다.
 
허준영 교수는 "공공요금 중에 대중교통은 어차피 인상되고 전기요금도 현실화 수준이 아니지 않나"라며 "그런 것들이 모두 물가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낙농진흥회는 지난 27일 '용도별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제11차 회의를 통해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1084원으로 88원 올렸습니다.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87원 오른 887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통상 원유 가격 인상은 8월1일 적용하지만 낙농진흥회는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인상 시기를 2개월 늦추는 등 10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3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통계청은 다음 달 2일 '20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조용훈·이민우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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