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신세계' 시대④)편의점 4사 중 압도적 꼴찌 '이마트24'

이마트24, '편의점 전성시대'에도 영향력 미미
지난 10년여간 줄곧 적자 행진 기록
경쟁사 대비 점포수 현격히 부족…후발 주자의 불리함도 한몫

입력 : 2023-08-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수년간 유통 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채널은 바로 편의점입니다. 편의점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소규모 상품 판매점, 담배 가게라는 인식을 넘어 배달, 세탁, 금융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류 점포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이렇게 편의점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편의점 업체들의 각축전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추세인데요. 이중 '이마트24'는 이 같은 시장 호황 흐름과 신세계그룹을 등에 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는 이마트24의 점포수가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적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하기 어렵고, 후발 주자로서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을 결정적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초 흑자 기록했지만…올 1분기 다시 적자 전환
 
일단 이마트24는 지난 2014년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래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이는 실적 지표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24의 매출은 2조1181억원, 영업이익은 68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마트24가 영업이익을 낸 것 자체가 이번이 사상 처음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편입 이후 시기부터 2021년까지 만년 적자에 시달렸다는 의미입니다. CU나 GS25가 최근 수년간 줄곧 흑자 행진을 기록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죠. 보유한 매장이 적다 보니 제품 구매 단가와 물류 비용을 낮추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게다가 이마트24는 올해 1분기 5012억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4842억원) 대비 3.5%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39억원으로 전년(-4억원)보다 874%나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초의 연간 흑자를 뒤로하고 올해 1분기 다시금 적자로 돌아선 셈인데요. 지난 1분기 고객 유인을 위한 마케팅 비용 등 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 작년 1분기 자가검진키트 판매에 따른 역기저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실적이 저하됐습니다.
 
반면 1분기 CU는 매출 1조8496억원, 영업이익 370억원을 기록했고 GS25는 매출 1조8667억원, 영업이익 22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모두 흑자를 기록했고 매출 격차도 1·2위 답게 171억원에 불과했습니다. CU와 GS25의 경우 고물가 경기 침체라는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간 것이죠.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사진=뉴시스)
 
6000여개 불과한 점포수…'규모의 경제'에서 절대 열위
 
편의점 업계에서는 CU와 GS25가 치열한 1·2위 다툼을 벌이고, 세븐일레븐이 이들 두 개 기업을 뒤쫓으며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마트24는 이들 빅 3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상황인데요.
 
업계는 이마트가 만년 4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마트24의 점포수 규모가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 자체가 치명타라는 분석입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24는 편의점 점포수가 6365개로 국내 편의점 4사 중 가장 적었는데요.
 
점포수가 제일 많은 업체는 1만6787개의 점포를 보유한 CU였고, GS25는 1만6448개로 CU를 339개로 바짝 뒤쫓았습니다. 또 세븐일레븐도 인수된 지 1년여 지난 미니스톱 점포 2600여개를 포함, 총 1만4300개의 점포수를 확보하며 선두권을 치열하게 추격 중입니다.
 
하지만 이마트24는 편의점 점포수는 CU·GS25와는 무려 1만여개나 차이가 나며, 3위인 세븐일레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출점 문제 등을 고려할 경우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차이가 아닙니다.
 
점포수가 문제가 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편의점 업계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점포수가 많을수록 고객 접근성이 향상돼 매출이 확대되고 점주 입장에서는 납품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마트24의 경우처럼 절대적 수치가 낮다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힘들어 선두권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결국 점포 확대"라며 "이색 상품, 특별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고객들은 이런 점을 그다지 따지지 않는다. 고객들에게는 편의점이 얼마나 눈에 띄는 곳에 위치해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실 후발 주자인 이마트24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이마트24가 등장한 것이 10년 전 이야기인데, 이미 당시에도 경쟁사들은 30년 이상의 업력을 쌓아온 상태였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여건이었던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듯 시장이 이미 3사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이마트24로서는 출점 경쟁을 위해 가맹점에게 고정 월회비를 받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업체들이 가맹점 이익의 일정 비율을 가맹수수료로 받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데요.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수익을 많이 확보할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사가 수익을 늘리기 어려운 양면성 있는 모델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마트24의 수익 모델은 상당히 선진화된 방식이고 업황이 좋을 경우 점주들의 수익도 그만큼 증대된다는 점에서 장점도 많다"며 "문제는 점주가 매달 월세, 회비를 지출해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때문에 점주들의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 상황이 안 좋을 경우 손실도 더 확대된다. 구조적으로 점포를 확대하기 어려운 형태의 모델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당사는 점포 확장을 기본적인 기조로 잡고 있다. 다만 점포수만 늘리기보다는 경영주들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가맹 질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점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낮에는 유인, 심야에는 키오스크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전체 매장의 3분의 1에 가까운 1700여개에 달한다. 아울러 마케팅 협업, MD 경쟁력 강화, 체험형 공간 마련 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구 소재 이마트24 조선호텔점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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