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경영승계 리포트)녹십자 숙부-조카 상생경영 순항할까

숙부-조카 공동 경영…최대 주주는 허일섭 회장
그룹 성과가 체제 안착 향방 가를 듯

입력 : 2023-08-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GC녹십자그룹은 '경영 후계자=친아들'로 공식화한 기존 기업들과 다르게 숙부와 조카가 공동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후계 승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일섭 회장 일가가 지분을 꾸준히 매집 중이라 숙부-조카 상생경영이 순항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GC녹십자(006280)그룹의 지주사는 녹십자홀딩스(005250)로 상장사 6개 비상장사 40개 등 총 46개 그룹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녹십자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허 회장으로 11.9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어 허 회장의 넷째 형인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의 딸인 허정미씨가 3.19%, 고 허영섭 녹십자 선대 회장의 삼남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2.86%, 차남인 허은철 대표가 2.55%를 보유 중입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도 5.41%에 그치죠. 
 
녹십자의 최대 주주는 녹십자홀딩스로 지분율 50.06%입니다. 허일섭 회장의 녹십자 지분율은 0.56%, 허은철 사장은 0.25% 인데요. 허용준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과 허 회장 아들 허진성 실장은 녹십자 지분이 없습니다.
 
허 회장은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5남으로 형인 고 허영섭 전 GC녹십자 회장이 타개 한 이후 2009년 12월 1일부터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과 GC녹십자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룹 후계자 자리를 누가 맡을지 관심이 몰렸는데, 허 회장은 우선 조카에게 길을 열어줬습니다. 
 
(왼쪽부터)허일섭 GC회장,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허용준 GC 대표. (사진=녹십자)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에 따라 고 허 회장의 차남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은 2016년부터 녹십자 단독대표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고 허 회장의 삼남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허 회장과 각자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 회장의 자녀들이 꾸준하게 지분 확대를 이어가면서 사촌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허 회장의 아들 허진성 실장은 최근 장내매수를 통해 녹십자홀딩스 3만주(4억7679만원어치)를 매수했어요. 허 실장은 2014년 녹십자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 했으며 임원에 이름 올렸습니다. 2021년 초부터 지주사 전략기획부문 성장전략실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참여 중입니다. 그는 지난해 4월 녹십자홀딩스와 GC셀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코에라(COERA)의 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향후 경영권 분쟁 발생시 그룹 산하에 있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 목암과학재단, 미래나눔재단이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녹십자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와 공익재단에서 녹십자홀딩스, 녹십자로 이어지는데 이 3대 재단의 지분이 총 14.87% 달합니다. 고 허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곳인 만큼 허은철·허용준 대표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목암연구소의 경우 허일섭 회장이 이사장을 13년째 맡고 있습니다. 
 
녹십자홀딩스는 수년째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 올해 총 배당액 136억 가운데 60억원 가량(43.82%) 이 허 회장과 특수 관계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업계에서는 불안한 지배구조로 오너일가의 주식매집용 실탄확보를 위한 고배당 정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이라 독단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여러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도 큽니다. 또 허 회장의 장남인 허 실장은 허은철·허용준 대표와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데다 허은철·허용준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핵심 계열사를 이끌고 있어 당분간은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결국 허은철·허용준 대표 체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룹 성과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요. 2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독감백신이 시장에 돌아오면서 녹십자의 국가예방접종사업 입찰 물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4분기는 백신 폐기 충당금으로 항상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국내 대형 제약사 가운데서도 연구개발(R&D) 투자에 비해 가시화된 성과가 없는 상황이고요. 13년 숙원사업인 혈액제제의 미국 시장 진출 여부에 따라 향후 성장성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녹십자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진 경영자 승계 원칙과 절차와 관련해 따로 준비하거나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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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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