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경영승계 리포트)대웅 2세 윤재승 전 회장, 경영복귀 행보 시작?

'왕의 귀환' 임박? 최측근 윤재춘 부회장 계열사 대표직 사퇴
경영 일선에 물러난 2018년 전후 지주사 지분율 11.61% 변화없어

입력 : 2023-08-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임직원에 욕설, 폭언 등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대웅제약 오너 2세 윤재승 전 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면서 다시 경영 최정점 자리로 복귀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습니다.
 
윤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후퇴한 지 3년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월부터 지주회사 대웅과 계열사인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 상장 3사에서 각각 최고비전책임자(CVO)라는 직함의 미등기·비상근 임원으로 등장하며 경영 복귀 신호탄을 알렸는데요. CVO는 자문 역할에 불과하지만, 오너 2세인 그가 자숙기간을 종료하고 주요 계열사의 CVO 직책을 맡은 것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윤 전 회장은 올해 3월 말 기준 대웅의 지분 11.61%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이는 윤 전 회장이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가지고 있던 대웅의 지분 11.61%를 현재까지 지분율 변화없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인데요.
 
윤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대웅의 지분은 38.06%로 지주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어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 47.71%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30.8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한 윤 전 회장은 대웅의 공익재단법인인 석천나눔재단과 대웅재단 이사장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대웅재단은 대웅의 지분을 9.98%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로 윤 전 회장의 그룹 내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한 상태입니다. 
 
대웅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은 미등기, 비상근 임원으로 경영 활동에 관여하기 보다는 그룹 전반에 걸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혁신신약 R&D 투자, 글로벌 사업 지원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자문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현재 대웅제약은 전승호, 이창재 두 각자대표가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됐고 자율·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대웅은 윤재춘, 전승호 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며 윤 전 회장의 공백을 메웠지만 지난 3월 돌연 윤재춘 대웅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던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는데요.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윤 부회장이 윤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만큼, 모든 계열사 대표직을 내려놓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 부회장은 17년간 대웅개발과 2년간 대웅이엔지 대표이사를 지주사 대표이사직과 함께 수행하다가 돌연 두 계열사 모두 손을 뗀 것인데요. 앞서 대웅개발은 대웅의 자회사인 산웅개발을 흡수합병했고, 대웅이엔지도 대웅의 자회사 팜팩, DW메디팜과 합병해 몸집이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사진=뉴시스)
 
경영 일선 후퇴에도 '최대주주'로 영향력 과시
 
업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윤 전 회장의 복귀 시점에 맞춰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대웅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는 없고 윤 부회장이 앞으로 지주사 경영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향후 지배구조 변화와는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회장은 창업주인 고 윤영환 명예회장의 삼남으로 현재는 직접 나서 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 않지만, 지배력은 현직에 있을 때와 변함없이 막강한 상태입니다. 그는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해 199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돼 윤 명예회장이 은퇴하자 대웅과 대웅제약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한때 경영권을 놓고 윤 명예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전 대웅제약 부회장과 승계 경쟁을 벌였지만, 윤 전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났습니다. 윤재훈 전 부회장은 2015년 대웅그룹에서 알피코프를 계열 분리해 독립해 사실상 대웅의 승계 후계자 중 유일하게 윤 전 회장만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죠.
 
윤 전 회장은 최근에도 그룹의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의 개인 회사인 엠서클이 지난달 이커머스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의약품 중개몰인 더편한샵을 설립해 별도 자회사로 분리했습니다. 온라인몰 운영, 병원 홈페이지 제작, 의료 포털사이트 운영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엠서클은 윤 전 회장과 아들 석민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인성TSS가 65.3%가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윤 전 회장의 개인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엠서클은 대웅 지분을 1.77%를 갖고 있죠.
 
장기적으로 엠서클 사업이 확장할수록 결과적으로는 윤 전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엠서클의 수익구조는 대웅제약 약이 더편한샵을 통해 팔리면, 대웅제약이 엠서클에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엠서클 매출은 645억원인데, 이중 대웅제약을 통한 매출이 203억원입니다. 즉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대웅제약과 거래로 인한 것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엠서클의 거래는 회사와 회사 간의 정상적인 거래로 부당한 내부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이 수혜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줘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증여로 보고 증세를 과세한다"면서 "소위 일감몰아주기의 기준은 특수관계인과 수혜법인 간의 거래비율 초과 여부인데 대웅제약과 엠서클은 철저히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대웅제약)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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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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