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민생연석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오는 17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습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에 응하면서도 이를 “국가 폭력”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번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17일 검찰 출석 통보에…이재명 "무도한 정권" 강력 반발
이 대표는 10일 강선우 대변인이 국회에서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을 옥죄어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뻔한 의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당히 소환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민심이 윤석열정부에 등을 돌릴 때마다 무능한 정권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검찰이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며 “대장동 수사로 무려 일 년이 넘게 저의 모든 것을 탈탈 털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것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러자 다른 사건으로 또다시 저를 조사하겠다고 한다”며 “무도한 정권은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것이 가장 큰 국가폭력”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수사에 임하겠다. 역사와 국민이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최악의 폭력은 국가폭력”이라며 “최악의 카르텔은 검사카르텔”이라고 적었습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 대표 측에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검찰과 조율해 17일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백현동 사건으로 소환 조사가 진행되면,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과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에 이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이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소환 조사는 네 번째로 기록됩니다.
이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한 정치수사라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이 대표가 의혹의 당사자인 만큼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게 수순이라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변인을 통해 마치 자신이 진실을 밝히는 투사라도 되는 양 구구절절 볼멘 목소리를 전하더니, 자신의 SNS에는 ‘국가폭력’ 운운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고 비난했습니다.
헌정사 초유의 야당 당수 4번째 소환조사…민주당 전운 고조
이 대표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한 이를 둘러싼 여야의 언쟁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당장 이번 소환 조사가 끝나고 백현동 사건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이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 대변인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 대응에 관한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대표께서 밝힌 입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검찰의 영장청구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와 표결에 부쳐지면, 이를 부결시키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성남FC 의혹을 수사하며 이 대표를 구속하려고 했지만,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지 못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달 ‘정당한 영장청구’에 한정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의하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로 마무리될 여지를 배제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이 경우 앞서 한 차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방탄 국회’ 논란의 재점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른바 ‘권성동 방식’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회기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회기를 일시 중단하고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 실질심사에 바로 출석하는 방안입니다. 권 의원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법원에 자진 출석했을 당시 여야에 국회 회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이 권 의원의 전례가 있는 길을 택하더라도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 점은 변수입니다. 여당이 이 대표 검찰 수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인 데다, 앞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도 ‘이 대표 방탄’이라고 규정했기에 여당 동의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