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도덕성 회복 없이 개딸 대표성만 강화

민주당 인식 나빠진 이유 1위로, 무당층 등 "거듭된 비리 의혹" 선택
신뢰 회복 급한데도 혁신위 선택은…"대의원제 무력화·권리당원 강화"

입력 : 2023-08-13 오전 6:00:00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고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혁신안이 되레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의 대표성만 강화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혁신위 자체 조사에선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나빠진 원인으로 '비리 의혹'을 가장 많이 꼽았음에도 혁신안 내용 중 도덕성 회복 방안은 전무했습니다. 혁신위의 혁신 방향이 애초부터 잘못된 셈입니다. 
 
민주당 비호감 이유 '위선·부패·무능'인데헛다리 짚은 혁신위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10일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일반 국민 3000명, 민주당 권리당원 2000명, 민주당 당직자·보좌진 708명을 대상으로 각각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는 '앰브레인퍼블릭'이 지난 6~7일, 권리당원·당직자·보좌진 설문조사는 '티브릿지'가 지난 2~5일 각각 실시했습니다. 오차범위는 세 조사 모두 95% 신뢰 수준에 일반 국민 조사는 ±1.79%포인트, 권리당원 조사는 ±2.2%포인트, 당직자·보좌진 조사는 ±2.8%포인트였습니다.
 
조사 결과 일반국민 중 민주당 지지층의 10.9%가 민주당의 정치인이 '비호감'이라고 응답한 반면 무당층에선 무려 62.6%가 '비호감'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민주당 정치인이 비호감인 이유에 대해 복수 응답으로 물어본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51.5%, 무당층의 46.3%가 '무능'을 지목했습니다. 권리당원이 꼽은 민주당 정치인 비호감 요인 1위도 '무능'(63.3%)이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비호감 요인은 '부패'였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41.1%, 무당층은 35.6%가 '부패'를 꼽았습니다.
 
반면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은 자당 정치인의 비호감 이유로 '위선'(67.4%)을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어 '무능'을 꼽은 응답도 58.5%나 됐습니다.
 
지난 1년간 민주당 인식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에선 25.5%만 '나빠졌다'고 답했지만, 무당층과 권리당원은 각각 44.7%, 37.2%가 '나빠졌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당직자·보좌진은 57.3%가 '나빠졌다'고 바라봤습니다. 이미지가 나빠진 이유로 당직자·보좌진(36.5%)과 무당층(29.6%)은 민주당의 '거듭된 비리 의혹'을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34.5%)과 권리당원(38.7%)은 '정부 견제 등 야당 역할 미흡'을 꼽았습니다.
 
혁신안은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자 혁신안 자료에 "무당층 유권자에게 '비리 의혹'은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당 차원의 사전 대응·사후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적시했습니다.
 
혁신위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문제 요인은 '무능'과 '도덕성 상실' 등으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혁신위는 전혀 엉뚱한 방향의 혁신안을 내놨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201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등 여러 의혹으로 민주당의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국민 신뢰도 회복 방안은 혁신안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라진 민주당 보완재커지는 이재명 사당화 우려
 
문제는 이번 혁신안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다수 포진한 권리당원의 왜곡된 대표성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를 아예 없앤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대의원제는 당원을 대의하는 제도입니다. 모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당 소속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 지역위원장, 시·도당위원장 등에게 대의원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특히 대의원제를 통해 민주당이 영남, 강원과 같은 약세 지역에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고 노동계 등과도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취약한 영남과 노인층, 노동계 등의 기반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홍배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은 지난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의원제가 폐지될 경우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파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의원제의 장점을 고려하지 않고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 표의 등가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만 하게 되면 반대로 '당원 민주주의' 차원에서 개딸로 대표되는 권리당원의 대표성만 오히려 더 왜곡·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을 살펴보면 지역으론 호남,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이재명 대표의 팬덤이 압도하는 상황입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부분을 어떻게 일소할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한 비전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의 민주당'이란 키워드를 들고 나왔는데 이번 혁신안이 이를 완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팬덤을 등에 업고 '이재명 사당'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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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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