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 걷어찬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위, 50년 만기 주담대 '만 34세 연령 제한' 검토
중장년·저소득층 내 집 마련 어려워진다

입력 : 2023-08-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위원회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상 연령을 젊은층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최근 늘었다는 이유에서 이런 조치를 추진하는 건데요. 주거비용 부담 완화 등 긍정적인 부분은 배제되는 분위깁니다. 소득이 적은 차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4050은 집도 사지 말란 거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초장기 만기 상품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회피 수단이 되고 가계대출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보고 연령 제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에 대해 "공감하며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출 상한 연령은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는 "4050은 집도 사지 말란 거냐" "세대 갈라치기" "소득 적은 사람은 이제 집도 못 사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DSR 규제 도입 취지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초과해 무리하게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것인데 나이가 많다고 개인의 상환능력이 항상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50대가 되면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아지고 50년 만기 주담대는 50대 근로자가 은퇴 후 담보로 제공했던 주택을 매도해 남은 원리금을 상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령 제한 규제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현실적으로 주담대 실행 이후 대출 만기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5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을 보유한 자가 가구도 평균 10.5년이었는데요. 금리 고정 거치 기간이 끝나면 대출을 갈아타거나 교육, 이직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대출 실행 10년을 전후로 상환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자 부담 덜어주겠다더니 입장 바꿔
 
무엇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검토된 공약입니다. 애초 초장기 주담대가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당국이 내놓은 아이디어인 셈인데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에 먼저 도입됐고 시중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 초 40년 주담대를, 지난달부터 50년 주담대를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정책 상품이 가계부채 급증 원인이라는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 지난 2~7월까지 시중에 풀린 주택 구입용 특례보금자리론은 약 18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당국이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을 언급하며 "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16일 "특례보금자리론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5월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4월 들어 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로 전환됐다"며 "시장금리가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으나 특례보금자리론 실행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특례보금자리론의 23%가 연소득 9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층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책 실패론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들어온 특례보금자리론 유효신청액 31조1285억원 중 7조2116억원(23%)이 세전 연소득 9000만원을 초과하는 신청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연령을 제한하기보다 DSR 예외 적용 정책자금 대출을 없애야 한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해 최근 역전세 대책으로 나왔던 임차 보증금 반환 대출 DSR 예외 적용 등이 대표적 예"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령보다 무주택자 등 주택구입 실수요자 대상 우선지원이 자격요건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지난 1월30일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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