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7일 오전 10시. 축음기 바늘에 찔린 LP판이 제자리를 맴돌며 고상한 비명을 질러댑니다. "It was fascination, I Know(한 순간의 매혹이었단 걸 알아요)···."
프랑스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한 조각을 떼 온 듯한 이 곳엔 'LIAR(거짓말쟁이)'가 적힌 검은 관짝이 서 있습니다. 그 앞에 섬뜩한 미소를 띤 광대 그림 하나가 경고하듯 묻습니다. "이 축제, 그래도 들어올 거야?"
17일 스타필드 하남에 있는 ‘P의 거짓’ 행사장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축제 그림이 실물로 전시돼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거짓말쟁이 관, 한정판 실물 구경도
매혹적인 음악과 '음산한 피노키오'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이날부터 20일까지 스타필드 하남 1층에 있는 'P의 거짓' 행사장에 가시면 됩니다. P의 거짓은
네오위즈(095660)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입니다.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를 성인용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최근 '골드행(제작을 마치고 디스크 생산에 들어감)'에 이어, 이날 온·오프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출시일은 9월19일인데, 한정판을 구입하면 출시 3일 전인 9월16일부터 작품을 즐길 수 있습니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짓말쟁이를 넣는 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은 시커먼 가면을 뒤집어쓴 '검은 토끼단'이 지키고 있는데요. 검은 토끼단은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 동화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네 마리 토끼를 재해석한 무리입니다.
동화 속 피노키오는 여우와 고양이 강도에 의해 나무에 목 매달려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이에 파란 머리 요정이 피노키오를 구하고 물에 탄 약을 먹이려 하지만, 피노키오는 사탕을 먼저 주면 약 먹겠다 해 놓고 그 말을 번번이 어깁니다.
이때 잉크처럼 검은 토끼 네 마리가 관을 들고 방에 들어옵니다. 피노키오가 죽으면 그 관에 넣어 가기 위해서죠. 화들짝 놀란 피노키오는 서둘러 약을 먹고 죽음에서 벗어납니다.
이 때문에 P의 거짓에 나타날 검은 토끼단이 어떤 거짓말쟁이를 잡으려 하는지, 그 거짓말쟁이는 피노키오인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섬뜩하지요? 하지만 현장 속 검은 토끼단은 마네킹이니, 안심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시면 됩니다.
그 옆엔 P의 거짓 한정판 실물 구성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한정판의 특징은 LP 음반을 준다는 점인데요. 함께 들어있는 CD 음원 외에 LP로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행사 시작 시간인 10시에 맞춰, 같은 층 일렉트로 마트에서 한정판을 예약 구매했습니다. 예약한 점포에서 제품을 받아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한정판 확보라는 장점보다 더 큰 단점이 있을까요?
이범종 기자가 17일 스타필드 하남에 마련된 ‘P의 거짓’ 데모버전을 하고 있다. (사진=네오위즈)
"기대"와 "어렵다" 극과 극 평가
평일 시작한 행사여서인지 처음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시민들이 하나둘씩 관심을 갖고 모여들었습니다.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데모 버전 체험 공간에선 이 게임을 기다려온 팬과 처음 접한 게이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온 김모(23)씨는 프롬소프트웨어 주요 작품을 모두 해 본 '망자(소울라이크 장르 팬)'입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고 합니다.
김씨는 "P의 거짓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색하다 보니, 오늘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 찾아왔다"며 "오늘 일반판을 예약 구매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이 국산 게임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김씨는 "일단 이 게임이 소울라이크라는 점 자체, 심지어 국산 소울라이크라는 점에 흥미가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P의 거짓’ 한정판 구성품인 LP 음반. 이 음반에는 CD 음반에 없는 노래가 포함돼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반면, 불친절함이 특징인 소울라이크가 거대한 벽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남시 미사동 주민 김모(42·여)씨는 이날 데모 체험으로 P의 거짓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자신을 '라이트 유저'라고 소개한 김씨는 소울라이크 장르 자체가 자신과 맞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씨는 "롤 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지도가 없어서 길 찾기가 어려워 아쉬웠다"며 "처음 무기로 고른 대검을 휘두를 때 행동이 느려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시점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김씨는 "옆에 누가 있는지 알려면 계속 카메라를 제 쪽으로 다시 돌려야 해서 불편하다"며 "라이트 유저가 하기엔 어렵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P의 거짓이 대중성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지도 부분을 강화하고 주인공을 좀 더 멀리서 볼 수 있게 해 주면 쉽지 않을까"라며 "이 작품은 너무, '기존에 (소울라이크를) 다 잘하는 사람일 거야'라는 전제를 깔아두니까 라이트 유저가 즐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이야기 배경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탰습니다.
17일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P의 거짓‘ 행사장에 ’검은 토끼단‘ 종이 가면이 전시돼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P의 거짓 행사의 절정은 다음날 오후 4시에 열리는 최지원 P의 거짓 총괄 감독(PD)과 노창규 아트 디렉터(AD) 사인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 감독 등은 이날 사인회를 통해 P의 거짓을 기다리는 한국 팬과 인사할 예정입니다.
P의 거짓은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한국게임 최초 3관왕을 차지하며 세계적 기대작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6월 데모 공개 3일 만에 전체 플랫폼 누적 내려받기 100만 건을 넘겼고, 온라인 게임 축제 '스팀 넥스트 페스트'의 '인기 출시 예정 제품'과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이번 P의 거짓 전시장은 게임 출시를 약 한 달 앞두고 국내 이용자 분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마련됐다"며 "게임 데모 플레이와 한정판 실물 구경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마련해뒀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