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중국 부동산업체들의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우려되면서 글로벌 시장과 우리나라의 성장률에 위협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차이나 리스크가 우리나라의 1%대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 불안 시국이 사실상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20일 중국 국가통계국 등에 따르면 7월 수출, 소비, 생산 등 중국의 경제 지표는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14.5% 하락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 전망치인 13.2%보다 하락 폭이 1.3%포인트 더 확대된 수치입니다.
중국의 수출 감소세는 지난 5월부터 3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하락 폭도 5월 -8.0%, 6월 -12.4%, 7월 -14.5%로 점차 늘고 있습니다.
7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2.5% 증가했지만, 블룸버그 전망치 4.0%보다 낮습니다. 소매 판매 상승률은 지난 4월 18.4%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습니다. 산업 생산은 3.7% 늘었지만, 블룸버그 전망치 4.3%를 하회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 개발 업체들이 재무 위기에 처해 경제 전반의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클럽)은 지난 7일 만기인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닥쳤습니다. 디폴트를 면하기 위해서는 30일간의 유예 기간 내에 이자를 상환해야 합니다.
또 다른 부동산 개발 업체 위안양(시노오션)도 2024년 만기인 2094만달러 채권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신탁 업체인 중룽국제신탁도 만기 상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거나 지급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신승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으면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실물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의 추가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1.4%로 전망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의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경제전망 수정'에서 경제성장률을 기존과 같은 1.5%로 전망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 부양책의 영향이 제한되며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중국 부동산 회사 상황이 경기에 미치는 상황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당분간 상황을 긴밀히 살펴보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필요할 경우 당국과 협의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일 중국 국가통계국 등에 따르면 7월 수출, 소비, 생산 등 중국의 경제 지표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차이나 리스크가 우리나라 수출을 포함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더욱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에서 부동산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며 "그러다 보니 중국 내수가 안 좋아지면 우리나라 수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을 보면 75% 정도가 중국 내수용이고 나머지는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나간다"며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내수가 회복돼 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부동산 문제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어떻게 경기를 진작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재정 건전성 때문에 지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며 "중국 경기가 회복이 안 되고 우리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정부가 기대했던 것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경기 회복을 지연하고 경기 침체를 가속하게 할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는 대중국 수출 측면에서 직접적이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지금 사태가 정말 디폴트로 연결될지, 아닐지는 모르는데, 그 불안한 것조차 경제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며 "단지 가능성이 아니라 확실히 위기가 되면 당연히 성장률을 더 낮게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일 중국 국가통계국 등에 따르면 7월 수출, 소비, 생산 등 중국의 경제 지표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중국 산둥성 얀타이 항구. (사진=신화/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