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합병 후 장남 서진석 '승계' 굳히기

셀트리온 3사 합병 밑그림 나와...서진석 의장 합병회사 이사회 포함

입력 : 2023-08-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홍연 기자] 연말까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고 셀트리온제약을 단계적으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셀트리온 3사 합병 밑그림이 공개되자 2세 승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이후 셀트리온제약 또한 2사 합병 후 6개월 내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면 서 회장이 지분 98.13%를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홀딩스가 통합 셀트리온 지분 21.5%를 소유하고, 통합 셀트리온은 셀트리온 제약 지분 54.8%를 보유하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최대 주주인 서 회장 아래 지주사-핵심사업 회사 순으로 지배구조가 수직계열화되는 것이지요.
 
셀트리온의 합병은 서 회장이 3년 전부터 공언해 온 핵심 과제인데요. 셀트리온은 2020년 9월 계열사 합병을 추진했지만, 분식 회계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2021년 3월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3월 복귀하면서 합병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합병이 이뤄지면 일감 몰아주기와 분식 회계 논란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는데도 생산과 판매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죠.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판매를, 셀트리온제약이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독특한 분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셀트리온 3사 합병 계획이 나오자 서 회장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셀트리온 인천 송도 본사 전경 (사진=셀트리온 홈페이지)
 
서진석 합병법인 이사회 합류…2세 경영승계 윤곽 드러나
 
지난 1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합병법인의 이사회에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은 명단에 오른 반면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는 빠져 눈에 띄었는데요. 앞으로 서 회장 뒤를 이을 2세 경영승계 구도에서 서 의장에게 힘이 쏠리는 모양새입니다.
 
셀트리온 합병 이후 공식적으로 2세 승계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지배구조가 정리되면 서정진 회장 뒤를 이을 2세 경영 승계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는 서진석 의장이 맡고 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서준석 이사가 맡고 있지만 합병 후 이들의 위치와 영향력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라인인 합병법인 이사회에 오너 일가 중 서 이사만 제외됐다는 점은 후계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서 이사가 하루 동안 행적이 파악이 안 돼 뒷말이 무성했던 실종사건으로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그의 영향력을 대폭 축소 시킨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승계를 위한 합병이란 시각을 의식한 듯 서 회장은 "주주들이 원했고 투자자들이 권유해서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지 내 이해관계 때문에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합병법인 이사회는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4명으로 사내이사로는 서정진 회장과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나중에라도 서 이사가 합병법인 이사회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너 일가가 모두 셀트리온 경영에 참여할 경우,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겠다고 공언한 서 회장의 발언과는 상반돼 비판이 예상됩니다.
 
한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의 합병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게 셀트리온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주당 합병 가액은 셀트리온이 14만 8853원, 헬스케어가 6만 6874원으로, 헬스케어 1주당 통합 셀트리온 보통주식 0.4492주가 배정됩니다. 합병 승인 주주총회는 오는 10월 23일이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이날부터 11월 13일까지, 합병 기일은 12월 28일입니다.
 
이혜현·홍연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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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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