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여야가 선거제 개편을 두고 재차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는데요.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서 각각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3일 정치권 안팎에선 "내년 총선 직전까지 선거제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소선거 유지·권역별 비례제’ 의견 접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각 당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했습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 협상 내용을 공유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양당은 전국을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중부(충청, 대구·경북, 강원), 남부(호남, 부산·울산·경남, 제주)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선거법 개정을 의논하는 양당 의총에서 협상 토대로 삼을 의견 접근이 있었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며 “전국을 북부·중부·남부로 나눠 지역균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다수 의원이 공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지역구 의원 선출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데에도 양측 의원들의 의견 접근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협상 초기와 비교해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제라는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의원들의 동의 얻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큰 난관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전했습니다.
여 “준연동형 강력 반대”…야 “병립형은 후퇴”
여야 협상에서 험로가 예상되는 지점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입니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수에 비례해 당선인 수를 배정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협상 초기부터 전국 단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에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의 50%를 연동해 의석수를 나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합니다. 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의석수가 대폭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방향성과 반하기 때문에 준연동 비례대표제가 소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제와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많은 의원이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후퇴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의견”이라고 했습니다.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원내·외 소수 정당은 이날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반대했습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위성정당으로 도둑질한 의석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대놓고 훔치겠다는 전언이 거대 양당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며 “거대 양당의 밀실 담합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의원정수도 난관…‘전체 감축’ 대 ‘비례대표 증가’
선거제 협상의 뇌관은 ‘의원정수 증감’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원정수 감소를, 민주당은 비례대표 수 증가를 각각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의원 감축을 주장해 왔기에 협상 과정에서 감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김기현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3대 정치 쇄신 공약을 제안한다. 그 첫 번째 공약으로 의원 정수 10%(30명) 감축에 나서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김 원내대변인은 비례대표 정원을 늘리는 논의에 대해 “253개 지역구를 일부라도 줄이지 않는다면 당이 추구하는 비례성과 다양성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어 일정 부분 희생이 필요하다”며 “여야 협상을 통해 방향성을 정하면 이를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