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미국의 긴축 우려와 중국발 부동산 시장 악재 등으로 증시 하락이 이어지면서 액면가를 하회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증시랠리 이후 지수 흐름이 둔화하고 명확한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테마주 장세가 이어 지면서 수급 소외주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액면가 하회 종목들은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는 종목은 총 68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43곳 대비 58.14%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초 국내증시는 거시경제 전망 등과 별개로 2차전지 등 일부 테마들이 증시를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1월 218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지난달 2660선까지 오르며 22.39%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코스닥은 저점(660포인트) 대비 44.85% 상승한 956포인트까지 올랐죠. 테마주 위주의 증시랠리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작년 9월초 대비 각각 3.71%, 13.96% 상승했는데요. 액면가를 하회하는 종목은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주식 액면가는 주식의 권면가치로 회사의 자본금은 발행주식총수에 액면가를 더해 계산합니다.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자본금보다도 적다는 것을 의미하죠. 일반적으로 주가가 액면가보다는 높아야 정상적인 기업으로 평가하는데요. 실제 지난해까지 코스피 기업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의 20% 미만인 경우 ‘주가 미달’ 요인으로 상장폐지 대상이었습니다. 작년 말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며 해당 요건이 삭제됐죠.
액면가 하회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은 삭제됐지만,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할 경우 상장기업의 자금조달 여력이 급격히 낮아져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기업들은 정관에 따라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요.
자본시장법상 액면가 이하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액면가를 하회하는 신주발행이 가능하지만, 기존주주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죠. 실제 지난 2018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했던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액면가를 하회하는 주가에 유증을 포기했고 이후 3대 1 무상감자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액면가를 하회하는 종목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영업흑자를 기록한 기업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액면가를 하회하는 종목 곳(리츠, 선박투자회사, 우선주, 코넥스 제외) 58중 절반(28곳) 가량이 상반기 영업흑자를 기록했는데요. 실적이 좋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의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유자산 가치가 높은 흑자 기업의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다는 것은 경우 저평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바이오주 등 실적 대비 투자비용이 큰 종목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할 경우 자금조달을 위해 무상감자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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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