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디스커버리 징계만 낮추고 분쟁조정 나몰라라

금감원 2021년 피해구제 노력 참작
기업은행 임원·기관 징계 수위 낮춰

입력 : 2023-09-07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조정이 장기화하면서 최대 판매사인 기업은행(024110) 책임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년 전 피해 투자자 구제 계획을 참작해 기업은행 징계 수위를 낮췄는데요. 금감원 판단과 기대가 무색하게 피해자 분쟁조정은 진척이 없습니다. 기업은행의 행보를 두고 '화장실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이례적 경징계 논란
 
지난 2021년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빋은 디스커버리 펀드 등을 판매한 기업은행에 일부 업무정지 1개월과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펀드 판매 당시 최고책임자인 김도전 전 행장에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는데요. 금감원이 사전에 통보했던 문책 경고보다 낮아진 수위입니다. 이듬해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의 징계 건의안을 그대로 의결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우리·하나은행의 DLF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다른 기관들은 모두 책임자에게 중징계를 내렸는데요. 불완전판매 위반 외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적용해 일부 업무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비슷한 문제를 두고 다른 기관과 책임자에 물었던 제재와 다른 양상이라 기업은행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금감원이 기업은행의 징계 수위를 낮춘 배경에는 디스커버리펀드 피해 구제 약속이 있습니다. 당시 기업은행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비자 구제 노력을 적극적으로 소명했는데요.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에게 투자금 원금 5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 방침이 판매사의 투자자 피해 구제 노력을 유도하라는 것인데 사모펀드 판매사 제재 절차에서도 피해 구제 노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유착이나 사기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추가 사실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제재 조치를 더하겠다는 방침으로 종결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스커버리펀드 신속한 재 분쟁조정 및 라임펀드 분쟁조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신유미 기자)
 
3년째 분쟁조정 지지부진
 
실제로 금감원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금융거래자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를 제재 양정 시 참작될 수 있는 사유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결국 기업은행에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보상 기준을 마련했는데요. 분쟁 조정 3년째 합의율이 7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은행이 제대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배상 비율(최대 80%)에 맞춰 투자자별 합의를 진행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기업은행도 100%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분쟁 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김 행장은 수석부행장이던 2021년부터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 해결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 행장 취임 후에도 분쟁조정에 진척은 없었습니다. 기업은행이 분조위 배상비율에 맞춰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최대 보상 비율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보상 비율 합의를 요구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피해자들 집단 행동 본격화
 
금감원이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에 대한 재검사를 준비 중인 가운데 피해자들도 집단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6일 금감원에 재분쟁조정과 피해 구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최근 디스커버리 펀드에서 자금 횡령과 배임 등 중대한 위법 행위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금융권에선 분쟁조정 결과가 '손해배상'에서 '계약 취소'로 뒤집혀 피해자들이 전액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사모펀드 재조사 결과를 보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2019년 2월 투자처인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자금 부족으로 만기가 다가온 3개 펀드의 상환이 어렵게 되자 또 다른 해외 SPC에 투자한 펀드 자금으로 '돌려막기'에 나섰습니다. 디스커버리 임직원들이 펀드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개발 인허가 사항 등 직무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거짓 투자제안서를 금융사가 그대로 판매에 이용하는 등 불완전 판매가 이루어졌다면 민법 제109조에 따라 계약이 취소돼 투자 원금 100% 반환이 가능한데요.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 펀드의 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 옵티머스 펀드, 헤리티지 펀드 등에 대해 ‘계약 취소’로 조정해 전액 보상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펀드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의 펀드 돌려막기와 임직원의 비위 행위가 확인된 상황에서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전면 재검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혐의를 확인할 수 있다면 원천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보상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분쟁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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