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술자리에 입맞춤까지"…지역금융, 괴롭힘·성희롱 '천태만상'

113개 지역금융기관서 763건 법 위반사항 적발
3955명 임금 체불…피해 금액 38억원 달해
여성·기간제 근로자 '가족수당·업무수당' 제외

입력 : 2023-09-07 오후 4:12:24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 A축협 임원은 여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 자리에 강제로 참석하게 한 뒤 술 따르기와 마시기를 강요했습니다. 해당 임원의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술자리 강요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하자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 임원이 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B신협의 한 회식자리에서는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 벌어졌습니다. 술을 깨기 위해 가게 앞 벤치에 앉아있던 여직원에게 남성 임원이 다가와 강제로 입맞춤을 했습니다. 해당 신협에서는 임원이 직원들에게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기간제 근로자에게 퇴사를 강요한 일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113곳의 지역 금융기관을 기획 감독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임금체불·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총 760건이 넘는 위반 사항이 드러났습니다. 이 중 여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술을 강요한 지역 축협 임원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7일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지역 금융기관 대상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총 113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임금체불 등 총 763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5건, 임금체불 214건(38억원 규모), 비정규직·성차별 7건, 연장근로 한도 위반 33건입니다.
 
지역의 한 축협에서는 '율동 동영상' 강제 촬영 사건도 있었습니다. 조합장이 매주 월요일마다 전직원 율동 영상을 촬영해 지점 직원들이 가입된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상에 등장하는 여직원의 외모·복장을 지적하는 등 품평을 일삼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7일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지역 금융기관 113곳을 감독한 결과 763건의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자료는 기획감독 결과. (그래픽=뉴스토마토)
 
임원이 특정 직원을 지목해 워크숍에서 장기자랑과 공연을 하도록 강요한 신협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목된 직원들은 공연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3개월간 학원 연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임원은 "너희들과 그 노래는 안 어울린다"며 혹평을 일삼았습니다.
 
한 신협의 임원은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퇴사를 강요했습니다. 해당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자 폐쇄회로(CC)TV 위치를 변경해 근로자를 감시하도록 하고 기존 작성하지 않던 업무일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가했습니다.
 
임금 체불이 경우는 피해자만 총 3955명으로 38억원에 달했습니다. 지역 금융기관들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법정 기준보다 적게 지급했습니다. 또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연장근로수당을 대신했습니다.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을 미지급하거나 퇴직금을 과소 지급한 지점들도 있었습니다.
 
여성·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족수당·업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근로시간 법정한도를 위반한 지점은 33곳으로 조사됐습니다. 366명의 근로자들이 1056회에 걸쳐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업무했습니다.
 
특히 A축협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4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이 밖에 시정지시를 하는 등 행·사법적 조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며 "노동시장 내 약자 보호 및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사업주의 불법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7일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지역 금융기관 113곳을 감독한 결과 763건의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은행 앞 모습.(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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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