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올해 들어 신규 주택공급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조성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민간 건설사들이 건설비 부담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주택공급에 나서지 않는데다, 공공주택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누락사태로 관련 용역이 모두 중단되면서 3기 신도시 입주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LH의 조직 쇄신 및 신뢰 회복에 대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적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기간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20만7278가구로 1년 전(29만5855가구) 대비 29.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아파트 인허가는 17만8209가구, 단독·다세대 등 비아파트 인허가는 2만9069가구로 전년 대비 각각 24.9%, 50.3%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착공실적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1~7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가구로 전년(22만3082가구) 대비 54.1% 감소했습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년 전 대비 2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시스)
주택공급이 큰 폭으로 줄어든 원인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냉각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자금 융통이 어려진 게 주된 요인입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3.3㎡)당 2101만원으로 작년 평균(1519만원)보다 3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주택 건설 과정에 돈줄 역할을 하는 이른바 PF 대출도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PF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사실상의 관련 대출을 기피하고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탓에 벌써부터 3기 신도시 입주가 상당 기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3기 신도시 최초 입주 시기가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최소 1~2년 이상 연기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3기 신도시의 최초 입주 예정 시기는 2026년 하반기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2027년 상반기 남양주왕숙과 하남교산, 2027년 하반기 부천대장, 고양창릉 등이 계획돼 있습니다. 특히 인천계양은 당초 2025년 입주에서 지난해 2026년 상반기로 한차례 미뤄진데 이어 올해 2026년 하반기로 또다시 연기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공급물량 30만호 중 24만2000호(80.6%)를 책임지는 LH마저 최근 이권 카르텔 문제로 전관업체와의 용역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하면서 공공주택 공급계획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적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3기 신도시 예정지로 확정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예정부지.(사진=뉴시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인허가, 착공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3기 신도시 등 현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이 위기 초기 국면"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충분한 주택 공급신호를 주겠다는 공헌은 바람직하지만 건설 환경이 나빠진 상황에서 민간건설들이 얼마나 시장에 참가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주는 등의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철근누락으로 인한 이번 LH 사태는 주택공급의 시작 단계인 설계·감리 쪽에서 불거졌다"며 "때문에 공공주택 공급에 있어 약간의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LH의 무너진 신뢰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와 실행을 담보하는지가 향후 주택공급에 있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