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답안지 '파쇄 사건'…7차례 '누락 사고'도 드러나

고용부 특정감사 결과, 내부 규정 다수 위반 드러나
지난해 실기시험 응시자 답안지 일부 분실 추가 적발
수험자 현황 관리 미흡…시험담당직원 교육 미이행

입력 : 2023-09-12 오후 5:08:21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지난 4월 국가자격시험을 담당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관리 소홀로 600여장이 넘는 답안지가 파쇄된 사건 외에도 '답안지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누락 사고만 최소 7차례라는 게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입니다.
 
12일 고용노동부가 밝힌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답안 인수인계 및 파쇄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다수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담당자들은 시험장에서 서울서부지사, 채점센터로 답안지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답안 수량을 확인하고 인수인계서에 서명을 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또 시험관리위원 위촉이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파쇄 전 보존기록물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데다 파쇄 과정에서 점검직원이 상주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 이상 답안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있었지만 재발방지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고용당국은 감사 과정에서 '2022년 기사 작업형 실기시험' 응시자 답안지 일부가 분실된 것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서는 기술사 채점위원 후보자 선정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실기시험 문제 출제장 보안이 미흡했습니다.
 
시험장의 수험자 현황 관리도 미흡했던데다, 인수인계 관련 규정·절차 등에 관련한 보안도 허술했습니다. 시험 담당 직원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고용부는 답안지 파쇄사고에 책임 있는 직원 등 22명에 대해 비위 정도에 따라 중·경징계 및 경고·주의조치를 하도록 공단에 요구했습니다. 중징계 3명, 경징계 6명, 경고 2명, 주의 11명입니다. 또 제도·운영상 미비점에 대해서는 개선하도록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시험 관련 사고가 반복된 점에 대해 공단에 기관경고 조치를 취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특정감사 결과 국가자격시험 관리 감독 소홀 등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사과하는 어수봉 전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사진=뉴시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4월 23일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 연서중학교에서 응시한 수험자 609명의 답안지가 채점도 되기 전에 파쇄됐습니다. 시험이 종료된 이후 해당 시험장의 시험위원은 답안지를 봉인해 소속기관인 서울서부지사로 발송해야 합니다. 서울서부지사에서는 관할 16개 필답형 시험장의 답안지 포대 18개를 인수해 다음날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송부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개의 답안지 포대가 누락됐습니다. 공단 본부는 채점하는 과정에서 609명의 답안지가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파쇄된 후였습니다.
 
잔여문제지 등 인쇄물과 파지를 파쇄할 때 답안지 포대도 함께 갈려나갔기 때문입니다. 이에 어수봉 이사장은 6월 파쇄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국가자격시험과정 전반에서 사고들이 반복되자 고용부는 지난 5월22일부터 7월19일까지 특정감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고용부는 답안지 파쇄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감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국가자격시험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들여다봤습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고 있는 국가자격시험은 연평균 약 450만명의 국민들이 응시하는 대규모 시험인 만큼 시험에 대한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해야 하며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산업인력공단 측은 "국가자격시험 운영 전반에 대한 고용노동부 특정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조치하겠다"며 "자체 '국가자격운영혁신TF'를 운영해 이달 말까지 더욱 정밀하고 촘촘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로 심려를 끼친 것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국가자격시험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공단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특정감사 결과 국가자격시험 관리 감독 소홀 등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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