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동북아…향후 관전 포인트 '넷'

러, 북에 핵심기술 이전 어디까지…미, 추가 금융제재 본격화
여권서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주장…시진핑·푸틴 회담할까

입력 : 2023-09-18 오전 6:00: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현지시각)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러시아 전투기 제조 공장인 '유리 가가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러시아 하바롭스크주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일에 맞선 북러가 군사협력을 노골화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가 동북아 신냉전의 최전선에 내몰린 상황에서 향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네 가지를 짚어봤습니다.
 
①러 핵심기술 이전 여부
 
북러 정상회담 직전 국제사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군사정찰위성·재래식 포탄 생산 등을 담당하는 군 핵심 간부들을 이끌고 러시아 땅을 밟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애초 예상을 뒤엎고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김 위원장을 초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인공위성 기술 지원'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과 8월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원한 '최상의 시나리오'였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첨단 기술은 유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러시아가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무기까지 북한에 제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군사기술 협력은 아주 민감한 협력 범주에 속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추가 제재를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②북러 제재 강화
 
북러 정상회담에서 주목된 건 양국 사이의 '무기거래 수준'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 안보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미국은 즉각 "북러 무기 거래 차단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 하루 만에 북한에서 러시아로 무기를 운송하는 데 관여한 150여 곳의 개인과 단체·기업에 대해 추가 금융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인 핀란드·튀르키예도 포함됐습니다.
 
제임스 오브라이언 미국 국무부 제재정책조정관은 14일 AP통신에 "기존 제재를 위반하는 북러 거래가 발생하면 미국은 최소한 이들의 거래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거래에 사용되는 개인이나 금융기관을 식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분명히 한 겁니다.
 
이번 주 막 오르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과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는 물론,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같은 날 "북한과의 모든 형태의 교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체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③우크라 무기지원 여부
 
북러 무기거래가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도 미국의 요청을 받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을 선언하는 격이 됩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살상 무기 제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변동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관찰하고 협의한 다음에, 나중에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한국이 미국에 포탄을 이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K방산 첨단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면 러시아도 굉장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옵션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④시진핑 의중
 
한미일 대 북러 사이 갈등 구도가 명확한 상황에서 중국은 아직까지 '중립'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신냉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의중은 현 상황의 '변곡점'이 될 전망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하게 되면 한중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 등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외교 셈법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을 러시아로 급파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18일 중러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지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조율도 전망되는데, 북한도 23일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중국과 대화가 예상됩니다.
 
중국이 북중러 3국 연대로 방향성을 정하게 되면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 구도가 고착화할 전망입니다. 다만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에는 선을 그으면서 미중 관계 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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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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