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0일 종료됐습니다. 청문회 전부터 지속 제기된 의혹들은 이 후보자의 미흡한 답변 때문에 대다수 해소되지 못했고, 오히려 커지기만 했습니다.
이 후보자에게 불거진 주요 의혹은 △처가 회사 비상장 주식 보유 10억 재산신고 누락 △비상장주식 배당 내역 비공개 △처가 회사 법인 쪼개기 △본인·자녀 쪼개기 증여 수익 등입니다.
또 △처가 증여세 탈루 △자녀 증여세 탈루 △자녀 해외계좌 재산신고 누락 △건강보험법 위반 △농지법 위반 등의 의혹도 제기됩니다.
재산신고 누락, 공직자윤리법 위반
이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의혹은 재산 부실 신고입니다. 가족 소유의 10억원가량 비상장주식을 재산신고하는 과정에서 누락했습니다.
재산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거짓이나 중과실일 경우 해임 또는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고, 선출직 공직자들은 당선 무효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가족이 받은 배당금이 알려진 것보다 1억 원 많은 10년간 세후 3억여 원이란 사실도 청문회 과정에서 새롭게 공개됐습니다.
이 후보자는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경위를 묻는 질문엔 “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몰랐다”로 일관하는 이 후보자의 태도에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아니 뭔 판사님이 법을 몰랐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자주하느냐”며 답답해했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어떻게 신고하는지 몰랐다고 하는 말이 통할 것 같냐. 자진해서 사퇴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처가 증여세 탈루 의혹, 형사처벌 대상 가능성
이 후보자 처가의 증여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자의 부인 김씨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20일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황인규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시 조세심판원 결정은 다른 심판례와 달리 청구인(김씨)에게 유리한 결정으로, 이상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며 “(김씨는)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의 부친이 2000년 자녀들에게 부산 만덕동 땅을 물려줬는데, 세 자녀는 23억원을 주고 땅을 매입하는 모양새를 갖췄고, 그 돈은 모두 부친이 대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등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과세 당국은 부친의 대납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 1억 3399만원을 부과했는데, 김씨 등이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당시 국세심판원)은 2003년 현금 증여가 아닌 토지 증여로 판단했습니다. 최종 증여세는 기존 증여세를 90% 이상 줄어든 1133만원이었습니다.
자녀 증여세 탈루 의혹엔 “과세 대상이면 납부할 것”
해외에서 연주가로 활동하는 딸에게 돈을 송금해 놓고 증여세를 안 냈다는 의혹 등도 새롭게 불거졌습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최근 5년간 6800만원을 딸에게 송금했습니다. 성인 자녀에게 10년간 5000만원 넘게 주면 증여세 대상이지만 내지 않았습니다.
증여세 탈루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생활비라 증여세 대상이 아닌 걸로 안다”고 했다가 “과세 대상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한편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은 21일 또는 25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입니다.
다만 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고수하고 있고, 해당 본회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나란히 표결을 앞둔 만큼 청문회 이후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