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중 갈등이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의 원자재 수급 악화로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갈륨, 마그네슘 등의 수급 차질이 수치로 나타납니다. 업체들은 기존에 비축해둔 재고가 있지만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규제 대응으로 중국이 8월부터 갈륨 수출을 통제했습니다. 갈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가 쓰는 원료입니다. 한국의 8월 대중국 갈륨 수입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중국 외 시장에서 수입해왔지만 물량이 줄었습니다. 기존 비축량이 떨어지면 대체수급선을 찾아야 하는데 이로 인한 조달비용 및 원료값 상승이 예상됩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다고 7월3일 공고했습니다. 공고 내용은 8월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중국 국무원 승인 없이 수출할 수 없게 됐습니다. 허가를 받으면 국내 수입도 가능하지만 실제 거래는 단절됐습니다.
8월 국내 대중국 갈륨 수입액은 약 1000달러에 그쳤습니다. 대세계 수입액이 1만8000달러로 비중국 시장에서 수입했지만 역부족입니다. 작년 8월 대중국 갈륨 수입액은 50만9000달러였습니다. 또 대세계 수입액은 115만4000달러였습니다. 이처럼 작년과 비교하면 올 8월은 중국뿐만 아니라 비중국 시장도 공급물량이 줄어든 여파가 나타납니다.
중국 공고가 이뤄진 7월에 한국은 중국에서 13만9000달러를 수입했습니다. 비중국 시장에서도 8만5000달러를 사왔습니다. 그 전달엔 각각 6만8000달러, 1만5000달러어치씩 수입했었습니다. 수급불안이 생길 것을 고려해 수입량을 늘렸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갈륨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패널에도 쓰입니다. 중국은 전세계 갈륨 생산의 약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다만 첨단 기술에 쓰는 고순도 갈륨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생산합니다. 따라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해도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언제 수출 통제를 그칠지 몰라 불안감이 있습니다. 갈륨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소재로 쓰여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존재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대체 수입이 가능하지만 거리가 멀어 운송비도 늘어날 듯 보입니다.
중국이 향후 갈륨이나 마그네슘 외 비철금속 광물 수출을 더 제한할 것도 불안합니다. 미국이 중국 SMIC 등을 규제하고 역내 기업의 대중국 기술투자나 합작투자를 제한하고 나서 중국도 미국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원자재 수출을 통제하는 식의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재료 조달 비용이 점차 오를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