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국내 건설 경기 부진과 수입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시장 확대로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은 암울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중국 내 철강 재고 소진에 따른 중국산 수출 가격 상승으로 4분기 실적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나증권은 10일 3분기 현대제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분기 대비 각각 14.6%, 45.7% 하락한 6조1000억원, 2524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12.9%, 32.3% 하락한 수치입니다.
여름철이 포함된 3분기는 장마와 무더위로 건설 환경이 좋지 않아 철강업계의 비수기인데요. 건설지표도 전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내놓은 '8월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착공 물량은 11만389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6.4% 줄었고, 인허가 주택 물량은 21만2757가구로 같은 기간 38.8% 감소했습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시장이 작년보다 악화된 데다 3분기 비수기 영향으로 강재 판매량이 전분기보다 6.7% 하락한 457만톤에 그치면서 300억원을 상회하는 고정비 확대가 예상된다"며 "중국산 가격 하락으로 전 사업부문에 걸쳐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사업부문은 전기로, 고로, 모빌리티 소재로 나뉘는데요.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봉형강 제품의 주된 수요산업이 건설업입니다. 전기로 부문 제품은 원재료 투입단가가 톤당 2만3000원 하락한 반면 평균판매가격(ASP)이 톤당 5만원 하락하면서 톤당 2만7000원 규모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원재료 가격) 축소가 예상됩니다.
고로에서 생산되는 판재류 제품의 수요산업은 자동차, 조선 등으로 산업경기 전반에 주로 영향을 받지만 ASP가 톤당 7만원 하락해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모빌리티 소재 부문 주요 제품인 강관 이익률도 2분기 대비 소폭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인 3318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건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아 이를 대체하는 게 수출시장인데 관세 장벽도 높고 저가 중국산 제품에 엔저 영향으로 일본산 철강 제품의 국내 수입마저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비록 지난분기 대비 실적이 떨어졌지만 2500억원이란 실적은 사실 자동차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수소 생태계가 구축돼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용 분리판 양산이 본격화되면 향후 전망은 밝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여러 계열사로 흩어진 수소 사업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한 달 수소차 판매량은 아직 100대 정도에 불과하고, 자동차 한대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 스택 분리판이 47장 정도인데, 향후 현대모비스의 투자와 판매 계획 등이 있어야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제철도 신사업에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거란 설명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중국 경기 부양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후 복구 등으로 철강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글로벌 수요마저 따라오지 않다 보니 전반적으로 철강업계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향후 실적은 중국 철강 가격 추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악화된 수익성은 4분기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SK증권도 이날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이후 본격적인 수요 성수기에 진입하고 중국 내 쌓인 철강 재고가 소진되면서 철강 가격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