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문덕식 DB아이엔씨 대표가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추진이 지주회사 강제 전환 회피용이라는 논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DB하이텍의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물적분할 이슈가 아닌 반도체 불황기에 따른 영향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표는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근 DB하이텍의 팹리스 사업부 물적분할이 지주사 강제 전환을 막기 위한 시도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날 국감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B는 지난해 5월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물적분할이라는 방안을 사용했다"며 "이후에도 분모(DB아이엔씨)의 자산을 늘리는 차원에서 DB아이엔씨의 DB메탈 흡수합병까지 추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해 DB하이텍 물적분할 이슈로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시세 조정이나 다름 없다"며 "이는 탈법 행위로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문 대표는 "세계 1위 대만 TSMC도 순수하게 파운드리 사업만 하고 있다"며 "현재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함께 운용하는 글로벌 업체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같이 하면 고객 영업 비밀 유출 등 우려가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제한시킬 것"이라며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분리하는 것은 각각의 사업 성장과 기업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표는 DB하이텍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영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세계 유수 반도체 업종의 연말 주가는 연초 대비 크게 하락했다"며 "DB하이텍 주가는 49%, 대만 UMC는 44%, SK하이닉스는 44%가 하락했고 어떤 회사는 70% 넘게 내려갔다"며 "이는 IT와 반도체 경기의 일반적인 현상이지, 물적분할이 주가를 일부러 끌어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16일 문덕식 DB아이엔씨 대표(오른쪽)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신지하기자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5월 DB하이텍 주가 상승 등을 이유로 DB그룹에 지주사 전환을 통보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상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이면 지주사로 전환해야합니다. 이때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의무 보유해야 합니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와 소액주주들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려고 DB하이텍 물적분할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DB그룹이 물적분할 카드를 꺼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DB하이텍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이 국내 언론을 통해 이슈화한 이후 회사 주가는 하락했고, 그 결과 DB그룹은 지주사 전환 요건에서 제외됐습니다.
DB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시가종액이 2조원이 넘는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합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DB하이텍의 최대주주는 DB아이엔씨로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면 17.58%에 해당하는 지분 매입을 위한 수천억원대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DB그룹의 IT 계열사인 DB아이앤씨가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합금철 제조·판매 계열사 DB메탈 흡수합병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KCGI는 "DB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DB아이엔씨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며 "시장에서는 합병을 통해 DB아이엔씨의 자산을 늘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강제 전환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