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VM웨어 '빅딜'…'호환성 보장' 조건부 승인

향후 10년간 경쟁사 등 '호환성 보장' 조건
"FC HBA 시장 독점화 우려…봉쇄유인 커"
미국·EU 등서 승인…중국 심사만 남아

입력 : 2023-10-2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브로드컴과 VM웨어의 약 82조원 규모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단, 향후 10년간 경쟁사 및 신규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조건을 걸었습니다.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시장 1위 사업자인 VM웨어가 호환성 저해를 수단으로 브로드컴 제품의 구매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VM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조건부를 보면 향후 10년간, 브로드컴 외 제3자의 파이버 채널 호스트 버스 어탭터(FC HBA)·드라이버와 VM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vSphere)와의 호환성 수준이 현재 수준보다 저하되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의 VM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자료는 브로드컴, VM웨어 제품 및 시장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제3자의 FC HBA·드라이버와 VM웨어의 vSphere와의 호환성 수준도 브로드컴과의 호환성 수준보다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호환성 보장을 위한 협조 의무에 따라, 제3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30일 이내에 브로드컴의 FC HBA 드라이버의 소스코드·라이선스도 제공해야 합니다. 
 
가상화 환경 이용을 원하는 기업은 FC HBA를 필수적으로 구매하고, VM웨어로부터 vSphere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합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호환성 여부가 관건입니다.
 
공정위는 양사가 결합 후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호환성 저해를 수단으로 FC HBA 시장의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브로드컴이 경쟁사의 FC HBA에 대한 호환성을 저해할 경우, 고객들은 vSphere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브로드컴의 FC HBA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봉쇄 유인이 높다고 봤습니다.
 
FC HBA는 기능·성능의 차이가 적어 고객 입장에서 경쟁사로 구매전환이 용이한 반면, 서버 가상화 SW의 경우 인력 재교육, 에플리케이션 수정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타사 제품으로 전환하기보다 하드웨어 부품을 브로드컴 제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입니다.
 
조건부 승인에 따라 브로드컴은 향후 10년간 호환성 보장 방안을 준수해야 합니다. 구체적 이행방안을 의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의 VM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구태모 공정위 기업결합과장. (사진=뉴스토마토)
 
구태모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 기업결합과장은 "심사 초기 단계부터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며 "현재 FC HBA 시장의 주요 제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브로드컴과 마벨(Marvell)뿐으로 시장 독점화가 우려되는 분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VM웨어가 서버 가상화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 입지를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해 경쟁사 부품에 대해 호환성 인증을 지연 및 방해하거나, 신규 사업자의 호환성 인증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 세계 FC HBA 1위 사업자인 브로드컴은 작년 5월 VM웨어의 주식 전부를 약 610억달러(82조)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동년 10월 한국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 EU 등 경쟁당국은 무조건 승인, 조건부 승인 등 결론을 내렸고 현재 중국의 심사만 남은 상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브로드컴의 VM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브로드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브로드컴)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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