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제 요청 무색…식품업계 가격 인상 릴레이

맥도날드·맘스터치, 가격 인상 스타트…업계 전반 확산 조짐
업계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제반 비용 상승…인상 불가피"
"정부 당부 1주일인데"…기업 불필요한 유통망 문제라는 지적도

입력 : 2023-10-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서민층의 대표적 외식 품목이라 할 수 있는 햄버거 가격이 오르면서, 식품 및 외식 업계 전반에 걸친 릴레이 가격 인상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호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업계가 인상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업계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불필요한 유통망이 이 같은 사태를 촉진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햄버거 발 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는 오는 11월 2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을 인상합니다.
 
이번 가격 조정 품목은 △버거 4종 △맥모닝 메뉴 1종 △사이드 및 디저트 7종 △음료 1종 등 총 13개 메뉴입니다. 조정폭은 최대 400원이며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3.7%입니다.
 
맥도날드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올해 2월 이후 8개월 만입니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은 300원 오른 5500원에 판매되며,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 '아이스 드립 커피'는 200원 인상됩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계속되는 원부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을 하게 됐다"며 "고객 부담을 줄이고자 인상 품목 및 폭은 최소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 역시 이달 31일부터 일부 버거 가격을 상향할 계획입니다. 맘스터치는 닭가슴살 패티가 들어가는 버거 4종 가격을 각 300원씩 인상합니다. 평균 인상률은 약 5%입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근 닭가슴살의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해 원가가 40% 이상 오른 상황"이라며 "고심 끝에 가맹점주들과 상의를 마치고 닭가슴살이 포함되는 제품에 대해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쟁 업체인 롯데리아, 버거킹, 노브랜드버거 등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햄버거 업계 수위 업체들이 가격 인상 스타트를 끊은 만큼, 경쟁사들의 가격 동결이 계속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햄버거 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은 곧 치킨, 피자 등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는 물론, 식품 업계 전반에 확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부적인 원재료만 다를 뿐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 가격 조정 요인은 다른 식품 업계도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우유 업계에서는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 등 주요 유업체들이 이달 초부터 흰우유·가공유 가격을 일제히 올린 바 있습니다. 게다가 GS25도 오는 12월 1일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자체브랜드(PB) 흰우유를 최대 8% 인상하기로 확정했는데요.
 
PB 우유는 시중 우유보다 20~30%가량 저렴해 서민층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추후 다른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PB 우유의 도미노 인상도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주류 업계도 이미 가격 인상 시동을 건 모습입니다. 오비맥주는 이달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는데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시장 상황을 살피며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재료비, 물류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명확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물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지만…정부 가격 인상 자제 당부 무색
 
이처럼 외식 업계가 고물가 기조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도 일리는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는데요. 이는 지난 4월(3.7%)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입니다.
 
아울러 올해 2분기 가공식품·외식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로 이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인 3.2%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는 대표적인 먹거리 지표로 꼽힙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유통 기업들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다. 사측이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며 "민간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데 정부가 무슨 근거로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생산비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유통 기업들의 물가 인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지난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16개 주요 식품 기업과 간담회를 열며 원재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식품·외식 물가의 과도한 인상 억제를 주문한 바 있는데요.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이번에는 정부가 단순한 가격 인상 자제 당부를 넘어 기업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해 수급 불안 원료의 할당관세를 추가 적용하고, 규제 개선과 수출 활성화를 지원하는 등 세부적인 방안책을 마련한 것도 사실"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기 위한 당부가 이뤄진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품 기업들의 비효율적인 유통망 구조도 가격 인상에 한몫한다는 분석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배경에는 불필요한 도매업, 소매업 등 중간 유통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비효율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악습이 이어지면서 비용은 증대된다. 가격 경쟁 확보를 위해서는 유통업 전반에 온라인망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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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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