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진상규명 여전히 '미궁'…응급의료법도 '오리무중'

(이태원 참사 1년)민변 이태원참사 TF…응급의료 7개 '추가 조사과제' 제시
응급이송 문제, 소방·DMAT 불통…여전히 진상규명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재난안전·응급의료법 국회 계류 중
"유가족 위로는커녕, 2차 피해만…특별법 통과 시급"

입력 : 2023-10-2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조용훈 기자] 이태원 참사 후 1년이 흘렀지만, 참사 당시 응급의료 부실 대응에 대한 진상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비롯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도 장기간 국회 계류 상태로 2차 피해, 비난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9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진상 규명은 미궁 속에 빠진 모습입니다. 관련 법안이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인 것을 고려할 때 개선 의지에 대한 지적도 피하지 못할 전망입니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조사과제 보고서'을 보면, 민변은 소방 및 보건복지부에 대한 총 7개의 추가 조사과제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중증분류 및 병원이송조치, 사망 판정 등에서의 의문점', '참사 당시 신속한 응급의료체계 작동 여부' 등 2개 추가조사 과제에 대해서는 복지부를 주요 조사대상으로 언급했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진상 규명은 미궁 속에 빠진 모습입니다. 사진은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모습. (사진=뉴시스)
 
응급이송·DMAT '허둥지둥'…진상은
 
민변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 당일 경상자 이송 전 사망자가 먼저 옮겨지는 등 이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참사 현장과 순천향병원은 차로 5분 거리인데, 사망자를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병원으로 옮기고 응급환자는 11킬로미터 거리의 이대목동병원 또는 21킬로미터 떨어진 강동경희대병원 등으로 이송한 사실이 국정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순천향병원에는 보통 때 보다 많은 60여 명의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환자를 보내달라는 요청에도 지연환자·사망자가 계속 보내졌습니다. 이들은 순천향대 병원으로 사망자가 다수 이송된 이유, 당일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병상정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이유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DMAT(재난의료지원팀)의 활동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DMAT 차량 일지를 보면, 현장응급의료소의 책임자를 찾고 임무 배정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민변 이태원참사 TF 소속 천윤석 변호사는 "신속대응반과 DMAT의 출동 과정을 파악하고 각 유닛과 시간의 순서에 따라 세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와 소방 등의 기관들이 현장에서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과정과 조정 활동이 부재했던 이유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응급의료법 '느긋'
 
지난 6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는 고무적 성과를 냈지만, 여야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응급의료와 관련해서도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하는 '재난안전법', DMAT의 운영 근거가 담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응급의료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정감사장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와 비교해 올해는 어떻게 개선했는가"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소방서와 보건소, DMAT 간 합동훈련을 내실화했다.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재난거점병원 핫라인을 점검하고, 재난안전 통신망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진상 규명은 미궁 속에 빠진 모습입니다. 사진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모슴. (사진=뉴시스)
 
신뢰 추락…트라우마센터 발길 '뚝'
 
최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이 출범한 작년 10월 30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1년간 이태원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은 총 7108건이었습니다.
 
심리지원 실적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4283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까지 월 1000건을 넘겼던 상담지원은 올해 들어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1월까지는 675건이 진행됐다가, 2~6월에는 매월 100~200여건으로 급감했습니다. 이후 7월 73건, 8월 55건, 9월에는 73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진상 규명, 국회 법안 통과 지연 등으로 국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트라우마센터 발길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유가족 및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지원이 요구되지만, 상담 정보가 국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용혜인 의원은 "대형 재난을 겪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단기간 심리 지원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피해자 권리에 기반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들의 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필수"라며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의 내용을 담은 이태원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연 한국심리학회 홍보이사 겸 동덕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는 상황이 오면, 더욱 서로를 다독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오히려 참사 피해자분들이 제대로 위로받기는커녕 여전히 2차 피해, 비난들이 발생하는 모습"이라며 "국민이 마음을 모아 '참사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진상 규명은 미궁 속에 빠진 모습입니다. 자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피해자 등 심리지원 실적.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조용훈 기자 lmw383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