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법’·‘가석방 없는 무기형’…쟁점은 위헌성

‘흉악범죄 엄단’ 법안 잇따라 내놓는 정부
“헌법상 인간가치 침해”…국회 의결 과정 험로 예상

입력 : 2023-10-31 오후 2:49:58
 
[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가석방 없는 무기형’과 ‘한국형 제시카법’ 등 정부가 흉악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위헌 소지’ 문제로 국회 의결 과정에 찬반 논란이 예상됩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국무회의 통과
 
법무부는 30일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안은 이제 국회로 넘어가 논의될 예정입니다.
 
개정안은 법원이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무기형 선고 대상자 가운데 엄벌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석방 불가’ 조건을 부과한다는 겁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했는데요. 최근 이상동기 범죄(무차별 흉기 난동)이나 스토킹 살인 같은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흉악범의 가석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겁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흉악범죄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법률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 존엄의 가치 침해 우려…선진국 폐지 추세
 
하지만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아 국회 의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일단 가장 큰 걸림돌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8월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을 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천주교인권위원회 등 9개 시민단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무기형)은 헌법상 인간 존엄의 가치를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형벌 제도”라고 논평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선진국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무기금고 포함)에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폐지하는 추세”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밖에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법원행정처는 “교화와 사회복귀 여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새로운 형벌이 응보의 목적 이외에 범죄 예방 등에 있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보기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한국형 제시카법…거주자유 침해·이중처벌 논란
 
법무부가 지난주 입법예고한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역시 위헌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이 법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 중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고, 약물치료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잡니다.
 
문제는 우리 헌법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어 당사자들이 위헌성 다툼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미 죗값을 치르고 출소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또 다른 형태의 구금을 한다는 점에서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 장관은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라서 이중 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의 기본권 제한이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월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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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