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코스모그룹이 주주로선 한 번도 버거운 유상증자를 배터리 소재 관련 계열사를 통해 두 번 실시합니다. 그간 이차전지 분야는 ESG채권 등 사채를 발행하기에도 유리했으나, 최근 금리가 오르고 수익성이 줄며 자금난에 빠진 형국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모화학은 황산코발트를 만드는데 코발트 가격이 떨어지고 재고자산이 커져 지난 반기말 당기순손실을 봤습니다. 악화된 여건 속에 시설투자를 진행하려다보니 주주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코스모화학이 먼저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자회사인 코스모신소재가 별도 유상증자를 진행해 전날부터 이틀간 구주주 청약을 실시했습니다. 코스모화학이 가진 자회사 지분은 27%에 불과합니다. 부족한 지분 만큼 외부주주 부담이 늘어납니다.
황산코발트는 국산 삼원계(NCM) 배터리에 중요한 소재였으나 근래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3사는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줄여왔습니다(하이니켈 배터리). 게다가 이들 3사 모두 완성차의 요구로 LFP에 진출함으로써 코발트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습니다.
코스모그룹은 황산코발트-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시설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신소재의 경우 기존 삼성SDI에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용도 양극재를 납품해왔으며 LG에너지솔루션에도 공급하게 됐고 SK온에는 샘플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시설투자는 고객사의 주문량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업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최근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업체들의 성장 둔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 등은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습니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고 양극재 업체 간 증설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배터리 소재 가격도 전보다 크게 하락했습니다. NCM 배터리는 관련 양극재 선두 업체간 시장점유율 차이가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 사이 중국업체들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가 비집고 들어오는 중입니다. 전기차 가격경쟁 중인 완성차들이 가격을 더 낮추고자 LFP 채택을 확대하면서입니다.
이처럼 최근 영업이익을 벌어 시설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진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전환사채나 유상증자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시설투자를 진행하는데 자체 현금이 부족하고 금융권에서 대출할 부담도 커지니 주주에게 짐을 안깁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경쟁은 시장 확대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며 “가격을 내려도 전기차 판매가 둔화된 것을 보면 내년에는 내연기관차까지 섞여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당분간은 밸류체인상 하단에 있는 배터리 소재업체들도 가격경쟁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