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무능력·무기력한 모습으로 존재감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출범한 이래 구속영장을 네 차례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습니다. 수사력에 물음표가 생깁니다. 두 달 뒤면 출범한 지 3년이 되는데, 여전히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출범 이후 구속영장 4차례 청구…모두 기각
공수처는 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습니다. 8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공수처의 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구속영장은 공수처가 출범한 후 청구한 네 번째 구속영장이었습니다. 공수처는 2021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두 차례, 올해 8월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게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습니다.
거듭되는 구속영장 기각은 공수처의 수사력에 대해 의문이 들게 만듭니다. 지난달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의 성과 없음을 지적받자 “연내에 나올 성과가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1월 퇴임하는 김 처장 체제에서 구속 사건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경. (사진=뉴시스)
‘김학의 수사무마 의혹’ 검사 소환 조사 없이 불기소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수사무마 의혹’ 검사들에 대해서도 8일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공소시효를 이틀 앞두고 내린 결론입니다. 공수처는 지난 7월 고발장을 접수한 후 9월 압수수색 형식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보관하던 약 10만 페이지(229권)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았습니다.
이후 압수기록을 검토·분석하다가 지난달 18일 피의자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던 윤재필 변호사만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을 뿐, 당시 주임검사였던 현직 검사 2명은 공수처 소환에 불응했습니다. 공수처가 보낸 서면 질의서에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종전 수사 기록만으로 결론을 내린 겁니다. 공수처는 “공소시효 4개월 전 고발이 접수됐다는 시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지만, 고발장을 제출했던 차규근 법무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헛웃음조차 아깝다”며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역시나였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판했습니다.
소환조사 거듭 불응 유병호…공수처 말뿐인 ‘강제수사’
이른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공수처는 수사기관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네 차례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차례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합니다.
공수처 측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날 국회 예결위 심사에서도 유 사무총장의 소환 불응이 반복되는 문제를 지적받자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여전히 강제수사로는 이어지지 않고 5번째 소환 요청만 한 상황입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