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불황형 유증' 늘어난다

은행채 발행 늘자 회사채 대신 유상증자

입력 : 2023-10-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폐지하면서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행채 등 우량채 발행이 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어섭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수익률(금리)은 지난 4일 올해 들어 최고치인 4.795%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은행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도 막히고 있습니다.
 
은행은 은행채 발행 또는 예·적금 등 수신고를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경색 사태 당시 우량한 은행채로 자금이 몰리며 회사채 시장이 마비되자 은행채 발행을 제한했는데요. 이번 4분기부터 만기 도래분의 125%였던 은행채 발행 제한이 풀리게 됩니다. 은행권 수신경쟁을 줄이기 위해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 준거죠. 4분기(10∼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46조2902억원에 달합니다.
 
문제는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수록 회사채 금리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보다는 은행대출이나 유상증자에 의존하게 됩니다. 은행은 기업의 자금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또 은행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나 메자닌(주식관련사채) 등을 통한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도 유상증자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SK이노베이션(096770)CJ CGV(079160) 등 일부 그룹사의 경우 일반 회사채보다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서 내년 금리 인하까지 버티기 위한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보인다”며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 이 같은 ‘불황형 유상증자’가 더욱 늘어나게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 위축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로 인해 회사채 발행은 감소할 전망”이라며 “9월 발행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만기 대비 발행이 적어 7월 이후 순감 발행이 지속되고 있어 발행 감소는 4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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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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