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중 노조, 성과급 집단소송 준비 완료…산업계 촉각

소송 참여할 13명 원고 모집 마쳐…12월 중 소 제기 계획
'근로 대가성', 법원 판결 가를 기준될 듯

입력 : 2023-11-15 오후 3:34:54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가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는 집단소송에 참여할 원고 모집을 마쳤습니다. 본격적인 소송은 노조 집행부 선거 이후 진행될 전망인데요. 소송이 진행될 경우 기업에서는 노무비 지출이 증가하게 돼 산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15일 HD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 소송'에 참여할 13명의 원고 모집을 완료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뿐 아니라 과거 통합 조직이었던 금속노조 현대일렉트릭지회(HD현대일렉트릭 노조), 현대건설기계지회(HD현대건설기계 노조) 조합원들도 포함됐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별도의 성과급 지급 규정이 있어 고정급으로 볼 수 있다는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며 "수차례 회의 끝에 다른 기업보다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소송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조가 새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있어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략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노조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대의원 선거를 또 치르기는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 이견이 없는 사항"이라며 "대의원 대회 통과 후 가급적 12월 안에 소를 제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균임금은 퇴직금·법정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데요. 성과급이 더해져 평균임금이 높아지면 퇴직금도 당연히 높아지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근속 30년 조합원 기준 성과급 1000만원을 평균임금에 포함할 경우 퇴직금이 기존보다 2400여만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무비 지출이 증가하게 되는 셈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2013년 벌어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통상임금 소송사태와 유사한 상당히 큰 건"이라며 "HD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엮여 있어 소송이 진행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재직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추진하는 집단소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기존에 진행된 성과급 평균임금성 소송에서는 퇴직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재 근무하는 재직자들이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집단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퇴직자들끼리 모여 소송을 하려면 누구를 선임할지, 지원은 어떻게 할지 어려움을 겪지만 퇴직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노조가 미리 적극 소송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다른 전통적 제조업 노조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성과급의 평균임금 포함 여부에 대해 법원 판결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똑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서울지방법원은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된다 판단했지만 수원지방법원과 수원고등법원은 평균임금이 아닌 걸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대법원에서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게 되면, 지난 2013년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 소송이 봇물을 이루는 제2의 사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판결을 가르는 기준은 '근로 대가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의 영업실적은 개별 근로자의 노력으로만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대 철강기업이라면 환율, 철강제 가격, 세계 경기 상황 등도 고려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코로나 진단키트나 마스크 제조업체가 엄청난 실적을 냈지만 이 시국에 나온 기업 성과를 근로에 따른 대가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근로에 따른 대가가 얼마나 인정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사무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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