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건설사 '미래'는 '해외'에 있다

(주택시장 패러다임 바뀐다)④'특화된 전략'으로 해외시장 공략
"선진 엔지니어링사와 전략적 제휴 필요"

입력 : 2010-11-09 오후 1:53:48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저마다 해외 건설에 진출하면서 해마다 해외 수주액이 늘고 있다.
 
고급건축에 특화돼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아예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극복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평가다.
 
◇ 해외수주 해마다 최고치 경신.."국내 주택경기 침체 영향"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8일까지 해외건설 수주 누계액은 59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465억달러)보다 64%증가한 수치다.
 
연도별 수주액을 보면 지난 2006년 165억달러로 연간 수주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7년 398억달러 ▲2008년 476억달러 ▲2009년엔 491억달러를 기록하면서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건설 진출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국내 주택 시장의 침체에 따른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초기 해외 시장 진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형 개발사업이 아닌 단순 도급형 사업을 선호하고 있고, 그룹내 다른 계열사와 동반 진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고급건축 등 특화전략 확산
 
건설업계에서는, 요즘 국내 건설사들 간에도 해외 수주를 위해 경쟁하다 보니 저가 수주 전략을 쓰는 회사가 많아 서로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특화된 전략을 갖고 도전하는 회사도 있다.
 
쌍용건설(012650)은 지난 77년 창립 당시부터 해외건설을 시작한 회사다. 서울 잠실 쌍용건설 본사에 '해외건축 시공실적 1위'라고 써 놓았을 정도로 해외 건설, 특히 고급 건축 시공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만 해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완공한데 이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 'W호텔' 등 싱가포르의 굵직한 대규모 토목, 건축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허기태 쌍용건설 해외사업2부 부장은 "해외사업 초창기에는 중동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남아 특히, 싱가폴 시장에 진출했고, 당시 쌍용양회가 갖고 있던 많은 발주처와 연락하면서 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급 건축물은 발주처의 성향에 따라 높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기술부문 우위 회사에 수주가 돌아간다"면서 "실제 기술평가 65%, 가격 평가 35%로 가중치를 둬 평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낙찰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앞서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건설사도 있다. STX건설은 회사 초기부터 기존 STX의 넓은 해외망을 바탕으로 해외에 타겟을 두고 발전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가나에서 해외 단일주택 건설로는 사상 최대인 100억달러 규모의 주택 20만 세대 건설 프로젝트(가나 내셔널 하우징 프로젝트)를 수주해 본계약 체결만 남겨둔 상태다.
 
STX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가나법인장에 현지인을 채용하는가 하면, 법인 인력의 다수를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을 실천했다고 한다.
 
‘우분투(Ubuntu)’는 아프리카 반투어의 인사말로 ‘당신이 있으니 제가 있습니다’라는 의미다. 단기적인 원조를 넘어 상호협력과 현지화 노력을 통해 가나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자는 정신이 담겨 있다.
 
구민재 해외건설협회 팀장은 "사하라 이남지역은 국내업체의 개발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지역만 진출해 있다"면서 "가나는 수년전 주빌리 유전이 개발되면서 신흥산유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STX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중동·아시아 편중, 엔지니어링 취약은 문제점
 
해외건설에 진출하는 국내 건설사들의 문제점은 없을까.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점으로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 중심의 시장 편중이 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지역 수주금액은 10월 현재 438억달러로 전체 해외건설에서 75.8%를 차지한다. 아시아 지역 수주액인 102억달러까지 합하면 93.4%에 달한다.
 
최근 리비아와의 외교 마찰이 건설 수주에 영향을 줬듯 정치적 변수가 심한 중동에 치중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수익성 면에서 고부가가치인 엔지니어링 분야 기술력이 취약한 점도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천기술 부문의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50% 수준에 불과하고, 원자재·고급 전문 기술 인력의 해외 의존도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점을 우리 해외 건설의 문제로 꼽았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선진 엔지니어링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면서 "해외 기자재 의존도 감소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야 한다.
 
김 연구원은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에서 '입찰방식 환변동보험'을 제공하지만 보험요율이 높아 건설사들은 대부분 은행권 선물환 거래를 이용한다"면서 "유명무실한 보험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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