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돌려막기 나선 프리시젼바이오, 오버행 폭탄 주의보

부진한 주가에 쏟아진 풋옵션…상환위해 CB 재차 발행
전환가능 주식 최대 28%…최대주주 지분율에 육박

입력 : 2023-11-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체외진단 전문기업 프리시젼바이오(335810)가 2년전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데믹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주식전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요. 회사는 풋옵션 대응을 위한 CB 발행에 나섰습니다. 다만 CB 차환으로 프리시젼바이오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프리시젼바이오 상장 후 주가추이. (사진=한국거래소)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프리시젼바이오는 지난 15일 120억원 규모의 2회차 CB 납입이 완료됐다고 공시했습니다. CB의 전환가액은 5241원으로 향후 주식전환가능 물량은 228만9639주(지분율 16.47%)에 달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2회차 CB의 자금 사용처입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이번에 조달한 120억원을 모두 1회차 CB(150억원) 차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기존 발행한 CB를 상환하기 위해 새로운 CB를 발행하는 셈인데요. 프리시젼바이오는 1회차 CB에서 일부(76억7000만원) 풋옵션이 행사된 지난 13일 2회차 CB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2020년 12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는데요. 코로나19 수혜로 상장 첫날 공모가(1만2500원) 대비 160% 상승한 ‘따상’(시초가 2배 결정 후 상한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프리리젼바이오의 주가 상승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구주물량을 보유했던 기관투자자들의 주식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인데요. 
 
상장 직후 벤처캐피탈(VC) 등이 보유한 지분은 34.28%에 달했으며, 전체물량의 73.39%에 달하는 물량(25.16%)이 의무보유 확약 없이 시장에 유통됐습니다. 나머지 지분도 3개월 의무보유에 그쳤죠. 프리시젼바이오의 주가는 상장 3개월여 만에 1만4550원까지 떨어지며 고점(4만1000원) 대비 64.51% 급락했습니다. 
 
오버행으로 주가가 추락했지만, 프리시젼바이오는 상장 1년도 안돼 150억원 규모의 CB를 추가로 발행했습니다. 기업공개(IPO) 당시 조달한 자금(187억원)의 80%에 달하는 규모죠. 다만 주가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관련주들의 주가하락이 이어졌죠. 1회차 CB의 리픽싱 한도는 9690원인데요. 프리시전바이오는 지난 17일 5110원에 마감했습니다. 주가가 최저 전환가액을 하회하면서 CB 투자자들의 시세차익이 어려워졌고, 원금회수로 이어졌습니다. 
 
프리시젼바이오가 CB 차환 발행을 결정한 것은 재무적인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IPO 당시 2021년 흑자전환 후 작년과 올해 각각 105억원, 18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작년 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3분기에도 누적 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IPO 당시 실적 추정치(460억)와 작년 매출(149억)의 괴리율은 67%에 달하죠. 
 
누적된 적자로 2020년 219억원에 달했던 현금성자산은 올해 3분기 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프리시젼바이오의 유동성자산은 총 165억원인데요. 이중 106억원이 재고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경우 추가 자금조달 없이는 CB 상환이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CB 차환으로 당장 급한불은 껐지만, 오버행 우려도 커졌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전환가능 수량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150억원 규모의 1회차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율은 13.33%(154만7987주)였는데요. 120억원 규모의 2회차 CB는 16.47%(228만9639주)로 늘었습니다. 한도까지 리픽싱될 경우 지분율은 28.16%(327만645주)로 최대주주인 아이센스 지분율(28.20%)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의 경우 시중 은행과 비교해 이자 부담이나 신용도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적자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주로 사용된다”면서 “CB 차환은 당장 풋옵션을 막을 수는 있지만 향후 오버행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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