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상정안 투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른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제)'이 정국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비롯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포함)' 처리를 벼르고 있는데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재의요구권) 딜레마'에 빠질 전망입니다.
쌍특검 이르면 23일 본회의…정국 시계제로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 4월 쌍특검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쌍특검은 지난달 24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는데요. 당초 쌍특검은 다음 달 말 본회의 상정이 예상됐는데, 민주당은 상정 일정을 앞당기겠다며 김진표 국회의장 설득에 나섰습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김 여사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특검 수사로 규명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검 등 법조계 전직 고위 인사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불법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특검 모두 여권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겁니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입니다. 특검법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돼 민주당 주도로 처리가 가능합니다. 특검이 시행될지, 말지는 결국 윤 대통령 결정에 달렸다는 의미죠. 민주당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인데요.
김건희 특검 거부 땐 파장…여권도 "대형폭탄" 초긴장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과 검사를 보호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스타 검사'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자산인 공정과 상식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형폭탄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특검을 받아들이면, 여권으로선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총선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등 법조계 고위 인사들의 거액 뇌물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사회정의와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대여 공세의 고삐를 쥐면서, 연말 정국이 시계제로에 빠질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쌍특검 외에도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만한 사안은 더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은 민주당이 쌍특검과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당내에서는 당론으로 결정한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에 더해 이희동·손준성 검사까지 탄핵을 밀어붙이자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야의 충돌 속에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는 다음 달 2일까지인데요. 여당은 건전재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증액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