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이의 신청이 총 28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 및 정답과 관련한 이의 신청의 경우 경마식 보도에 대한 지문을 읽고 푸는 국어 영역 5번과 빈칸 추론 문항인 영어 영역 33번의 복수 정답 처리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서 인정할 만한 치명적인 오류가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어 공통 과목 5번 경마식 보도 문제, 복수 정답 요구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이의 신청 접수가 전날 오후 6시를 기해 마감됐습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이 운영하는 '2024학년도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게시판'에는 마감 시간을 기준으로 총 288건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이의 신청 건수입니다. 평가원에 접수된 수능 이의 신청 건수는 지난 2020학년도 344건, 2021학년도 417건, 2022학년도 1014건, 2023학년도 663건이었습니다.
시험 문제 및 정답과 관련 없는 시험장 운영에 대한 불만이나 중복 및 단순 의견 등은 최종 집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이의 신청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역별 이의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국어가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탐구 66건·과학탐구 62건·영어 54건·수학 26건·직업탐구 7건·제2외국어/한문 3건·한국사 1건 순입니다.
국어 영역은 총 이의 신청 건수의 절반에 가까운 35건이 시험장과 감독관 관련 문제 제기였습니다. 특히 서울 경동고 시험장에서 시험 종료 시간보다 1분 30초 일찍 종료 벨이 울린 사건과 제주 남녕고 시험장 2개 교실에서 시험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정전으로 수험생들이 시험실을 옮긴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는 공통 과목 5번이 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해당 문항은 경마식 보도에 대한 설명 지문을 읽고 올바른 정보를 파악했는지 묻는 내용으로 일부 수험생들이 지문의 '까지'라는 표현과 4번 선택지에 있는 '이후'라는 표현에 겹치는 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복수 정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총 288건의 이의 신청이 접수됐다. 사진은 수능 날인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영어 33번, "지문 짧아 답 뒷받침할 만한 논지 충분하지 못해" 의견 다수
영어 영역의 경우 사람의 표정을 식별해 마음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문화적 맥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지문을 읽고 빈칸에 알맞은 문장을 넣는 33번에 대한 이의 제기가 13건이나 접수됐습니다. 이는 올해 수능 전체 영역 가운데 단일 문항으로는 가장 많은 건수입니다.
해당 문제를 두고 제시된 지문이 너무 짧아 답을 뒷받침할 만한 논지가 충분하지 못해 복수 정답이 가능하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EBSi 문항별 정답률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해당 문제의 정답률은 14.3%로 상당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접수된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중 평가원이 인정할 만한 치명적인 오류를 가진 내용은 없다고 분석합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이 끝난 뒤 여러 차례 문제들을 살펴봤지만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과 같이 이상이 있는 문항은 없었다"며 "국어 영역 5번과 영어 영역 33번도 오류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경우 당시 수많은 수험생들이 문제에 이상이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평가원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으나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이기면서 전원 정답 처리됐습니다.
평가원은 이날부터 올해 수능 이의 신청에 대해 심사한 뒤 오는 28일 최종 정답을 확정·발표합니다. 이후 채점을 진행해 다음 달 8일 수능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부됩니다.
한편 올해 수능은 '킬러 문항'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려운 난이도로 인해 아직까지 가채점 결과 만점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총 288건의 이의 신청이 접수됐다. 사진은 수능 날인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