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발 인사 파동…뒤늦은 김규현 경질

대통령실 "공석 오래두지 않을 것"…민주 "비상식적 인사, 국정원 망가져"

입력 : 2023-11-27 오후 5:43:22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국가정보원장과 1·2 차장 등 수뇌부를 한꺼번에 교체했습니다. 정권 초기부터 불거진 국정원 내 '인사 파동'에 대한 경질 성격인데, 김준영 전 비서실장에 의한 '알력 다툼'을 파악했음에도 뒤늦게 김규현 국정원장을 경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후임 국정원장을 지명하지 않고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 공사, 신임 2차장에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습니다. 홍 1차장은 육군사관학교 43기 출신으로 국정원에 입직했고, 윤석열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맡았습니다. 황 2차장은 국정원 내부 대북정세 분석 전문가로 전해집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신임 1·2차장 임명과 관련해 "해외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라며 호평했습니다. 
 
'윤석열 사단'까지 밀어낸 김준영 '인사 횡포'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국정원 지휘부를 한꺼번에 교체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누적된 국정원 내 인사 파동에 대한 후속 조치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국정원 내 잡음의 중심에는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측근인 김준영 전 비서실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정원 내 인사파동을 돌아보면, 1차 인사 파동은 지난해 9월 1급 간부 27명이 퇴직하면서 발생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자 국정원 2인자로 꼽히던 조상준 당시 기획조정실장이 국회 국정감사 당일 사퇴했고, 12월에는 2·3급 간부 130여명이 직무 배제되거나 한직으로 발령받은 2차 파동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인사 파동은 김 전 실장이 문재인정부의 색채를 지우기 위한 '급진적 인사'를 추구한 반면 조 전 기획조정실장은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인사를 추구하면서 발생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두 사람의 알력 다툼에서 김 전 실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고위직인 1급 인사 8명을 재가했다가 1주일 만에 번복하고 직무대기 발령을 내리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까지 뒤집은 것은 김 전 실장의 인사전횡을 파악한 영향입니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김 전 원장은 국정원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조직장악에 실패했고, 김 전 실장에게 의존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김 전 실장은 방첩센터장을 지내면서 대북 분야와 방첩 분야까지 장악, 1·2차장을 패싱한 채 원장에게 직접 보고하며 지휘체계를 무너트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인사 전횡을 펼쳤고 '윤석열 사단'의 조 전 실장은 사표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낸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규현 국정원장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정원장 임명 전에 1·2차장 인선'조직 장악력' 또 실패 우려
 
국정원이 좌우 정권 교체기마다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아오긴 했지만 내부 인사 파동이 외부로 표면화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발생한 인사 파동의 책임을 뒤늦게 물었습니다. 특히 1·2 차장을 교체하면서도 국정원장 후임은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가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오래 공석으로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지휘부 인사 교체가 인사 파동과 조직 갈등 등 불안정에 따른 만큼 '조직 장악력'을 갖춘 인물이 최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분간은 홍 1차장 대행 체제로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미 1·2차장을 임명했고, 홍 1차장 주도로 국정원 내부 문제를 진단하겠다는 입장인 상황에서 새로 임명될 국정원장이 '조직 장악'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가 지명조차 되지 않았는데 신임 차장들만 지명된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인사"라며 "지금 국정원이 비상식적인 조치까지 필요할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당장이라도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정보위 개최를 요구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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