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패션업계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신사업 등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재고 자산까지 증가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패션산업은 재고자산 증감에 민감한 산업 군 중 하나입니다. 의류는 한 철이 지나면 다시 입을 수 없어 재고 자산의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결국 재고자산의 증가는 업계가 트렌드에 민감하고 계절을 많이 탄다는 점을 고려해 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판매가 안 되면 재고가 증가하게 되고 관리 비용 지출도 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의 제조업 생산액 대비 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의류업 내 재고율은 꾸준히 20% 이상 기록했습니다. 동기간 제조업의 재고율이 최대 13%(2020년)인 점을 감안하면 패션업계의 재고율은 2배 이상입니다.
최근 10년간 의류업·제조업 생산액 대비 재고 비율 현황. (사진=통계청)
패션업체는 재고 자산 보유 시 2년 내 정상가 범위에서 판매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시기가 경과할 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땡처리를 시행합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어 땡처리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자사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시 추후 브랜딩을 관리하는 데 있어 마케팅적으로 문제가 생겨 소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문제는 의류를 소각하게 될 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결국은 의류 제품이 판매가 되지 않아 소각하게 돼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됩니다.
글로벌 순환경제 네트워크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에 따르면 매초 쓰레기 트럭 한 대(2.6t) 분량의 옷이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심한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에서 2위는 패션산업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재고 자산의 증가에 따른 관리 비용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따른 우려로 땡처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등이 난관입니다. 재고 자산의 증대는 캐시플로우(현금창출력)로 돈이 유입되지 못해 실적 부문에 있어서 악영향을 끼칩니다.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1·2차 상설 매장에서 판매해 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겁니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 패딩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패션평론가)는 "패션 제품의 경우 시간이 경과할수록 가치가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당해 연도와 2년 내에 판매가 이뤄져야 된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가격을 인하하는 부분이 가장 일반적인 사례에 해당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의 수요를 예측해 판매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경기 악화에 따른 변수는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고 자산 증대는 내년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재고 자산부터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세일 물량이 풀리게 되면 정상 제품이 잘 안 팔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