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언론 정상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

입력 : 2023-12-06 오전 6:00:00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를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습니다. 국회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급히 내려진 결정입니다.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최장 180일 가량 방통위원장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본래 방통위는 5명의 합의제 독립기구입니다. 직전 2인 체제도 기형적이었는데 이제는 사상초유 1인 체제를 맞게 됐습니다.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급작스런 사퇴의 명분은 '언론 정상화'입니다. 사실 '언론 정상화'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언론이 비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대목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언론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고요. 특히 정권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에 있는 일부 언론사들의 경우 때때로 이쪽저쪽으로 기울곤 했다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현 구조의 방통위가 주창하는 언론 정상화는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 정상화의 속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통위원장이 사퇴의 변으로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언급할 만큼, 현재 언론 정상화 추진에서 속도감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바로 이 속도에 집착하는 모습 때문에 의구심이 쌓입니다. 만약 방통위가 언론 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어떤 정권의 입김에도 흔들리지 않게끔 언론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조적 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공감과 설득력을 얻는 것은 물론 방통위의 위상 또한 저절로 높아졌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기형적인 방통위 구성을 감내하면서까지 속도를 강조하면 오해만 쌓일 뿐입니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방통위원장의 공백만큼이나 방통위 운영 리스크 관리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바로 방통위원의 공백입니다. 방통위원장 후임 선임에 유달리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면, 혹여 기존 방통위원 1명에 방통위원장만 있으면 안건 의결에 아무 문제 없다고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부디 명분 있는 싸움을 하는 방통위가 되길 바랍니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속도에 지금처럼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분 있는 구조 아래에서 정확히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언론 정상화를 위한 명분의 첫 단추는 무엇보다도 방통위의 안정적 구조 구축, 그리고 언론의 독립성 인정일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방통위 직원들이 지닌 전문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신뢰 받는 정책이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권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바뀔 수 있는 정책 말고, 언론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지켜나가는 반석이 될 정책 마련에 힘쓰자는 이야기입니다. 새 방통위원장은 아무쪼록 명분 있는 싸움만을 하며 조직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데 좀 더 힘쓰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방통위를 바라보는 언론계의 우려가 부디 기우이길 바래봅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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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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